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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배달플랫폼만 배불리는 ‘무료배달’…규제 골든타임은?[추적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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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거대 배달 플랫폼, 자영업자를 삼키다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왜곡된 음식 물가 속 많은 자영업자가 플랫폼 노동자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 정부와 국회가 규제의 골든타임을 잡을 수 있을까. KBS 1TV '추적 60분' 1387회 '거대 배달 플랫폼, 자영업자를 삼키다'편이 8일 10시에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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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배달 시장의 대세는 ‘무료 배달’이다. 올해 3월 ‘쿠팡이츠’가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고,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까지 무료 배달 시장에 뛰어들며 배달앱 이용자 수는 전과 비교해 300만 명 이상 급증했다. (출처 : 와이즈앱·리테일·굿즈)

무료 배달이 본격화된 지 6개월이 넘었다. 음식점 사장님들은 “배달 플랫폼의 무료 배달로 수많은 자영업자가 폐업했거나 준비 중이며, 소비자 또한 왜곡된 가격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 사장님들 가게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추적 60분'이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무료 배달에 숨겨진 함정

경기도 용인에서 20년간 치킨집을 운영해 온 황지웅 씨. 그는 “앞으로 버틸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한다. 배달앱을 통해 ‘무료 배달’로 주문을 받으면, 매출액의 30%가 빠진 금액만 정산받는다. 중개 수수료, 배달비, 결제 수수료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플랫폼사들의 ‘무료 배달’ 시행에 따라 생겨난 비용을 왜 자영업자들이 떠안아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무료 배달 이후, 자영업자들이 더 많은 배달비를 부담하게 된 배경과 그 실상을 자세히 취재했다.

“배달 플랫폼이 먼저 무료 배달이라고 (일방적으로) 내질렀으니, 그거에 대한 책임은 플랫폼이 져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거를 왜 우리 자영업자가 (전부) 부담해야 하냐는 거죠”-황지웅 / 치킨집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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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플랫폼에 종속된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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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전, 김동규(가명) 씨는 부산에 치킨집을 새로 열었다. 배달의 민족 앱을 통해 금·토·일, 3일간 올린 총매출은 약 140만 원. 하지만 그가 배달앱에서 정산받은 금액은 매출의 절반도 안 된다. 중개 수수료에 배달비, 그리고 가게 홍보를 위한 광고 상품까지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의 민족 앱에서, 노출도를 좌우하는 건 ‘우리가게 클릭’이라는 광고 상품이다. 그는 이걸 유지하는데 “너무 많은 돈이 든다”고 했다.

해당 광고 상품은 배달앱 이용자가 가게를 클릭할 때마다 과금되는 상품이다. 주문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클릭만으로 돈이 부과된다. 업주는 클릭당 단가를 200원에서 600원까지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지만, 높은 광고 단가를 책정해야 앱 상단에 노출된다. 한마디로 높은 금액을 써서 가게 위치를 상단에 올리도록 사장님들을 경쟁시키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가게가 상단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금액을 조금씩 높여나간다. 이를 두고 한 자영업자는 "이건 완전 경매다"고 했다. ‘우리 가게 클릭’은 신규 자영업자들의 영업을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박지현(가명) 씨가 입점해 있는 서울의 한 공유 주방. 배달 전문 국밥집을 운영하는 지현 씨를 포함해, 이곳에 입점해 있는 업소는 단 두 곳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7개의 업소가 영업하던 곳이었다. 지금은 배달 전문 음식점의 한계를 느끼고 다 떠났다. 지현 씨는 배민의 광고 상품, ‘우리가게클릭’을 끄면 주문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음식에 대한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어떻게 광고를 올려서 노출 수를 높일지 더 많이 고민하게 돼요”-가명 / 배달 전문 국밥집 운영-

-무료 배달? 배달앱 주문 가격과 식당 판매 가격이 달라진다

배달 수수료 부담으로 어려움에 처한 음식점들. ‘배달앱 주문 가격’을 매장가보다 높여 받는, 이른바 ‘이중가격제’를 택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

올해, 맥도날드와 롯데리아 등의 햄버거 프랜차이즈들이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기 시작했고, 저가 커피숍 프랜차이즈들도 그 뒤를 따랐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도 ‘이중가격제’를 시행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가격을 조금 올려 받기로 한 결정도 쉽지는 않았다.

“두려워요, 이중가격제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이. 제가 본사에 직접 이중가격제를 요청했을 때, 정말 문을 닫을 것 같은 상황이었어요. 희망이 보이지 않았으니까”-문준호 (가명) / 한솥 A 지점 점주-

-플랫폼 규제,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

2023년 12월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플랫폼 산업의 독점 남용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9개월 뒤, 정부는 방향을 바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9월 11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영 기업의 운영 정책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자율 규제 입장을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는 “현 공정거래법만으로 고도화된 플랫폼들을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은 18건. 배달플랫폼사와 입점 업체가 모인 ‘상생협의체’도 꾸려졌지만, 합의에 이르는 길은 쉽지 않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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