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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만물상] 돈은 먼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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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일러스트=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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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미국 대선에서 미국 주요 여론조사 기관은 예측에 실패했지만 글로벌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은 거의 유일하게 트럼프 승리를 일찌감치 예측했다. 폴리마켓은 지난 10월 중순부터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66%까지 봤다. 일론 머스크는 “돈이 걸려 있어 여론조사보다 정확하다”고 했다.

▶폴리마켓은 뉴욕 출신 26세 청년 셰인 코플란이 4년 전 창업했다. 코플란은 13세 때 가상 화폐 채굴을 시작했고 2014년 이더리움이 단돈 30센트에 사전 판매할 때 최연소 구매자로 참여했다. 뉴욕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는데 대학을 중퇴하고 독서와 새로운 사업 구상에 빠져 지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 자신의 X(트위터) 계정에 “돈이 바닥나고 있는 1인 창업자, 본사는 집 욕실에 임시로 차린 사무실”이라고 글을 띄웠다. 미국은 선거 도박을 허용하지 않아 미국 사용자들은 차단을 우회해 폴리마켓에 접속한다.

▶영국은 선거 도박이 합법이어서 온라인 베팅 업체가 여럿 있다. 온라인 베팅 업체 ‘베트페어 익스체인지’에서는 2004년 미국 대선 당시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90%를 베팅했다. 2008년과 2012년에는 판돈 90% 이상이 버락 오바마에게 몰렸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2016년 이후 선거 도박 시장이 급성장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판돈도 커진 것이다.

▶역대급 선거 도박이 펼쳐진 2024 미국 대선에서 최대 수익자는 테슬라 창업자 머스크다. 1억3200만달러를 캠프에 기부하고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 승리 후 테슬라 주가가 강세를 보여 단 이틀간 시가총액이 1450억달러(약 200조원)나 늘었다. 폴리마켓에 4개의 계정을 가진 ‘프레디 9999′라는 인물은 트럼프 당선 예측으로 총 4800만 달러(약 672억원)를 번 것으로 추산된다. 익명의 프레디 9999는 금융 투자에 경험 많은 프랑스 출신의 통계학자로 알려졌다.

▶돈을 걸고 베팅하는 예측 시장은 새로운 정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참여자 의견이 실시간 반영된다. 정보가 초 단위로 유통돼 주가가 출렁이는 증시와 비슷한 속성이다. 누가복음 12장 34절은 “너희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희 마음도 있다”고 했다. 돈 되는 곳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마음을 실시간 반영하는 기술과 시장이 선거에도 번성하고 있다. 응답자들이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고 실시간 업데이트도 안 되는 여론조사가 이를 당해낼 재간이 없는 듯하다.

[강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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