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길] 3900만원 금팔찌 도둑 잡은 65세 ‘시민 투캅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남양주 금은방 절도범을 잡는 데 일조한 야채가게 직원 홍종원씨./강지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남양주 금은방 절도범을 잡는 데 일조한 택시기사 차주혁씨./강지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경찰청 유튜브에 올라온 ‘용감한 시민 등장’이라는 동영상이 수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수개월 전 한 금은방에서 시가 3900만원 금팔찌를 탈취해 도망가는 절도범을 잡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이웃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위험을 무릅쓴 평범한 영웅들에게 시민들은 찬사를 보냈다.

사건은 지난 6월 29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금은방에서 발생했다. 가게 주인은 시가 총 3900만원의 금팔찌 5개(85돈)를 진열대에서 꺼내 10대 손님 A씨에게 보여줬다. 사장이 계산기를 두드리던 사이, 갑자기 A씨가 금팔찌가 든 상자를 통째로 가로채 달아났다.

그런데 경찰은 신고 4분 만에 절도범 A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택시 기사 차주혁(65)씨, 야채 가게 직원 홍종원(65)씨 덕분이었다. 본지가 지난 7일 남양주에서 만난 차씨와 홍씨는 “시민으로서, 이웃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했다.

당시 금은방 2m 앞 택시 정류장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차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도둑이야”라고 크게 소리쳤다. 차씨는 피우던 담배를 버리고 곧장 A씨를 쫓았다. 40m가량 전력 질주한 끝에 차씨는 한 손으로 A씨 한쪽 팔을 붙잡았고, 이 과정에서 A씨는 금팔찌 2개를 길바닥에 떨어뜨렸다. A씨는 이내 차씨 손을 뿌리치고 다시 도망쳤고, 차씨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고 한다. 차씨는 일단 팔찌 2개를 회수해 금은방에 돌려줬다. 차씨는 “다 늙어서 뛰려니 심장마비가 올 것처럼 숨이 찼다”며 “그래도 누군가 떨어진 팔찌를 주워 가면 안 되겠다 생각해 곧장 주워 금은방에 갖다 줬다”고 했다.

차씨 손을 뿌리치고 다시 도망간 A씨 뒤를 끝까지 쫓은 건 같은 시각 금은방 길 건너편 야채 가게에서 일하고 있던 홍씨였다. 30년 넘게 남양주시에 살아 동네 지리를 훤히 알았던 홍씨는 “절도범이 도망가는 경로를 보니 결국 OO부동산 앞에서 만나겠구나 싶어 미리 부동산 앞으로 뛰어갔다”고 했다. 이 덕분에 약 4분 만에 A씨 허리춤을 잡을 수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하자 홍씨는 “이 사람이 범인”이라고 했고, A씨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남양주남부경찰서는 지난달 18일 A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공로로 차씨와 홍씨에게 지난 7월 24일 보상금 3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박영진 순경은 “이렇게 피해 금액이 컸던 범행 현장에 출동한 건 처음이었는데, 시민들 도움 덕분에 범인을 신속하게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남양주=강지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