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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아이들 산책하는 곳인데…" 광교 발칵 뒤집은 '사슴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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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7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광교임시수련원에서 목격된 사슴. 포획 전 산으로 달아났다.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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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교산 근처에서 사슴이 출몰하여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가급적 인근 지역으로 외출은 자제하고 안전에 유의 바랍니다. (발견 시 119 신고) "

경기 수원시는 지난 7일 오전 이런 내용의 안전 안내문자를 시민들에게 보냈다. “갑자기 마주친 사슴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신고가 이어지면서다.

수원시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사슴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신고가 지난 6일에만 2건이나 119에 접수됐다. 이날 오전 1시쯤엔 영통구 광교 호수공원에서 귀가하던 30대 남성이 사슴에게 받혀 왼쪽 복부와 오른쪽 사타구니 등을 다쳐 상처 부위를 봉합하는 등 치료를 받았다. 같은 날 오전 5시쯤엔 장안구 광교저수지 산책로를 걷던 60대 여성이 사슴의 뿔에 양 허벅지를 찔려 중상을 입었다. 두 신고 건에 등장한 사슴이 같은 개체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광교산 일대에서 처음 사슴이 목격된 것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속 등산로에서 사슴을 봤다”는 목격담 1건이 접수됐다. 발견된 사슴은 공격성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사슴은 유해야생동물로 구분되지 않아 포획 등 조치를 취하기 애매해 수원시도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다 한 달쯤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광교산 인근 공원과 등산로 등에서 사슴을 목격했다는 글과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처음엔 “공원에 사슴이 있다니 신기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피해 사실이 알려진 이후로는 “무섭다”, “대책을 마련해달라” 등의 우려가 나왔다. 시민 김모(33)씨는 “사슴이 목격된 광교호수공원은 영유아들이 체험학습으로 많이 가는 곳이고, 저수지 산책로도 동네 주민들의 중요 운동 코스 중 하나”라며 “사슴 때문에 사람들이 다쳤다는 말을 듣고 당장 광교산 등산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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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가 7일 발송한 사슴 관련 안전 안내문자. 수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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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기 겹치면서 사나워져…마주치면 피해야



국립생태원은 해당 사슴을 꽃사슴으로 보고 있다. 암컷에겐 없는 긴 뿔이 있어 수사슴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인 꽃사슴은 몸길이 150㎝, 어깨높이 83∼90㎝, 몸무게 42∼90㎏인 소·중형인데 다른 종과 교잡한 경우 중·대형급으로 몸집이 커진다. 그런데 이 사슴은 일반적인 꽃사슴보다 덩치가 크다고 한다. 박용수 국립생태원 박사는 “사슴의 뿔을 보면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데, 이 사슴은 6세 이상의 청장년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 서식하는 야생 사슴은 제주도 한라산에 250여 마리, 전남 영광군 안마도에 약 1000마리 등으로 극소수다. 일부 농가에서 사슴을 사육하고 있지만, 광교 인근엔 사슴 사육 농가가 없다.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엔 권선구 오목천동·당수동 2곳에 사슴농장이 있고, 인접 지역인 용인시와 의왕시에도 각각 2곳, 1곳이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 모두 광교산과 10㎞ 이상 떨어진 곳”이라며 “농가를 탈출한 사슴이 생태이동통를 따라 광교산까지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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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슴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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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은 온순한 동물로 알려졌지만 성격이 거칠다. 그중에서도 번식기의 사슴은 특히 공격성이 강하다. 사슴의 번식기는 보통 10월에서 1월까지 이어지는데 이 기간 수컷들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뿔을 맞대고 격렬한 싸움을 벌인다. 사슴이 아닌 다른 동물에게도 무작정 달려든다. 사슴 공원으로 유명한 일본 나라 공원도 번식기엔 ‘수사슴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안내할 정도다. 조재운 강원도 양구 산양사향노루증식복원센터장은 “사슴의 활동 반경은 2.5㎞ 정도지만 짝짓기 기간엔 암컷을 찾아 10㎞까지 이동하기도 한다”며 “광교에 나타난 수사슴도 번식기가 겹치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영역에 침범했다고 여겨 공격성을 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번식기의 사슴을 마주했다면 만지려고 하거나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 등 자극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원시, 드론 등 동원해 사슴 포획 작전



다치는 시민들이 나오자 수원시도 즉시 사슴 포획 작전에 나섰다. 수원시 공무원은 물론 수원중부경찰서, 수원소방서 등 관계 당국까지 총 30여 명이 동원돼 마취총과 그물망 등으로 사슴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사슴이 있을 만한 곳 등을 헬기와 열선 드론으로 수색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이날 오전에도 장안구 연무동 광교 임시수련원 인근에서 사슴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경찰이 출동했지만, 포획 작업 중 산 방향으로 달아났다고 한다.

수원시 관계자는 “사슴이 목격된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살이 아닌 포획 목적이기 때문에 엽사는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슴 수색에 추가 인원을 투입하는 등 최대한 빨리 포획하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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