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18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딩센터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발표 소식이 TV 화면에 나오고 있다. REUT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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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렸다. 2020년 3월 팬데믹 대응을 위해 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지 4년 반 만이다. 2024년 9월18일 내려진 이 결정은 의외(?)였다. 인하는 충분히 예상했지만, 그 폭이 50bp(1bp=0.01%p)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그렇다. 시장 일부에서 ‘빅컷’ 가능성을 말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대세는 아니었다. 대부분은 25bp 인하를 전망했다. 이제 시장은 연준이 왜 빅컷을 단행했는지에 대한 해석으로 분분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견한 듯, “미국 경제는 좋은 상태에 있으며 오늘의 결정은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빅컷은 위기 때나 단행했다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빅컷의 이유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 현재 좋은 상태에 있는 미국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보험성 금리인하’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2024년 25bp 두 차례, 2025년 네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시했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파월 의장이 경제 데이터에 따라 50bp 인하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지지가 이유다. “강한 노동시장을 지지할 수 있다면 어떤 것도 할 것이다”란 발언에 빅컷의 명분이 녹아 있다.
초점은 연준의 이런 행보, 즉 보험성 금리인하로 과연 침체를 막을 수 있느냐 여부일 것이다. 경기는 순환한다. 뜨거운 것은 언젠가는 식기 마련이다. 미국 경제는 지난 몇 년 자신의 체력을 웃도는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끝도 없다. 중요한 것은 경제가 과연 식을 것인지, 식는다면 얼마나 차갑게 식을 것인지일 것이다. 무엇보다 수익률곡선 역전이 해소될 때 어김없이 발생했던 침체와 금리인하 사이클 기간 발생했던 시장의 폭락이 이번에도 발생할지다. 이번에는 어떨까?
장단기금리 역전 해소
일반적으로 장기금리는 단기금리보다 높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빠르게 올라 외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문제는 1980년 이래 발생한 10년/2년 미국채 금리 역전은 예외 없이 침체로 연결됐다는 사실이다. 역전이 발생한 뒤 침체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평균적으로는 16개월이 걸렸다. 현재는 어떤 상황일까? 장단기금리 역전이 발생한 건 2022년 7월 초였고 그것이 해소되기 시작한 시점은 2024년 8월 말이다. 얼추 25개월 정도 역전 현상이 지속됐고 그 폭도 과거에 비해 깊다. 일단 평균을 벗어난 상태가 오랜 기간 더 깊게 지속됐지만 침체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침체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2000년 이후 침체는 역전 현상이 해소된 이후에 왔기 때문이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 정도가 지난 뒤 침체가 왔다. 이에 주목해야 한다.
부채가 경제의 근간인 구조에서 금리가 높을수록, 수익률곡선 역전이 심할수록, 신용 스프레드가 좁아질수록 은행 대출은 감소한다. 은행은 단기로 돈을 빌려 장기로 대출한다. 단기금리가 높고 장기금리가 낮으면 은행의 조달 비용은 커지고 장기 대출금리는 낮아진다. 자칫 역마진 가능성이 생기니 은행은 대출을 줄이게 된다.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침체는 불가피하다. 이것이 장단기금리 역전이 침체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 미국 경제는 어떤 상황일까? 신용경색이 발생해 실물경제를 둔화 혹은 파괴하고 있는 걸까? 어떤 잣대로 재도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2024년 2분기까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놀라울 정도다. 특히 2023년 2분기부터는 매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모두 과거의 데이터일 뿐이다. 중요한 건 3분기 이후다. 미래를 전망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매우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한 오차는 그리 크지 않다. 민간 연구소나 기관들의 전망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024년 9월18일 워싱턴 디시(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 반 만의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하는 미국 경기 연착륙 기조는 물론 금융시장에도 긍정적 재료로 작용할 공산이 높다고 분석한다. REUTE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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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의 전망이다. 3분기부터 성장률은 내림세를 보이지만 침체라 부를 정도의 경기 악화 기미는 최소한 2025년 2분까지 보이지 않는다. 2024년 3분기 2.7%, 4분기 2.3%, 2025년 1분기 1.9%, 2분기 1.8%다. 이 전망대로라면 미국 경제는 안정적인 연착륙을 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팬데믹 기간에 뿌려진 천문학적인 돈의 위력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인 상황에서도 미국 경제가 이 정도 성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예상치 웃도는 소비지출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인사이트(이하 딜로이트)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24년 9월20일 낸 보고서를 보면, 강력한 소비지출, 높은 기업 투자, 낮아진 금리가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은 노동시장의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경우를, 비관적 경로는 인플레이션 지속과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될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다만, 기본 시나리오를 포함한 세 경로 모두 내년부터는 외려 성장률이 다시 높아질 거라 본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현재 침체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게 노동시장 둔화, 소비지출 감소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일자리가 줄면 소비 여력이 감소해 지출을 줄이게 된다. 소비지출 감소는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딜로이트는 이 둘을 어떻게 전망할까?
시장은 예상보다 약한 7월 일자리 데이터에 우려를 표한다. 실업률은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4.3%를 기록했다. 딜로이트는 이런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이 (역사적 관점에서) 비교적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올해 초보다 느리기는 하겠지만 향후 고용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실업률 역시 장기적으로 느린 속도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구 고령화와 인구 증가율 감소로 일자리 성장 속도는 둔화하겠지만 지속가능한 경제를 유지하는 데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실제로 10월4일 발표된 9월 미국의 비농업 신규 일자리는 25만4천 개 증가했고 실업률은 7월 4.3%, 8월 4.2%에서 4.1%로 떨어졌다. 미국 노동시장은 생각보다 건강하다. 소비자지출은 계속해서 시장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개인소비지출액은 2024년 2분기 연율로 2.9% 성장했다. 내구재 지출은 1분기 4.5% 감소한 뒤 2분기에 4.9% 증가했다. 내구재 지출액은 소비자가 경제를 얼마나 신뢰하느냐 척도로 쓰이기에 중요하다. 사실, 미국의 가계는 2024년 3월을 기점으로 팬데믹 시대의 초과 저축을 고갈시켰다. 현재의 소비는 소득, 신규 부채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가계부채는 2분기에 1090억달러(약 147조3천억원) 늘었다. 이것이 주요 소비 원천이 되고 있다.
금리도 인하되기 시작했다. 가계가 더 많은 부채를 편안하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장기적으론 소비가 증가할 여지가 늘었다고 할 수 있다. 딜로이트가 전망한 미국의 소비자지출 성장률은 최소한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지진 않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부 지출의 지속적 증가
개인적으로 미국이 침체를 겪지 않을 거라 믿는 이유는 천문학적인 정부 지출 때문만은 아니다. 지출 방식이 과거와는 다르다. 무차별적으로 현금을 살포하는 방식이 아니다. 생산적인 투자 즉 인프라 건설과 전기차를 위시한 미래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는 미국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토양이 될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을 넘어 강하게 성장할 배경이 될 것이다. 그 핵심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있다. 이 법은 미국 내 제조업과 에너지 생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는 것이 목표다. 10년에 걸친 이 장기 프로젝트는 미국 역사상 단일 최대 규모 투자다.
미 정부의 지출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재정 적자는 지속하겠지만 GDP 대비 안정세를 유지한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 목적으로 제조업과 미래 산업 등에 천문학적인 보조금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역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살포 정책에 대응하는 조처다. 잘 알다시피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다. 정부 적자를 바탕으로 지출을 늘린다 해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프린팅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힘이다.
사실, 현재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거라 보는 건 억지에 가깝다. 하지만 과거의 역사적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 금리인하 사이클과 장단기금리 역전 해소가 침체로 연결될 거라 보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 견해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진 통화정책과 매서운 재정정책이 그 근거다. 연준은 제로금리에 더해 양적완화란 무기를 장착하고 있고 정부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한다. 거칠 것 없는 둘의 행보는 과거의 경기순환 형태를 무력화한다. 이런 움직임이 먼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가까운 미래의 경기 양상은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최소한 경제 겉면은 뜨겁게 할 수 있다.
과연 일부에서 얘기하는 침체가 가까운 시기에 닥칠지 의문이다. 돌발변수가 없다면 연착륙을 예상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 아닐까?
윤석천 경제평론가 maporive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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