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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트럼프 2.0 앞두고…한국, 우크라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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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무기부터 지원” 일주일 전과 온도 차이…신중 대응 필요

트럼프 당선으로 국제정세 다시 변곡점…북은 러서 실리 챙겨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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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북한군 40명이 우크라이나에서 사망했다.”, “우크라이나에 도착한 북한군 병사가 제공된 음식의 다양함과 푸짐함에 놀랐다.”, “북한군은 누렁이 개고기라고 쓰인 통조림을 먹는다.”

연일 쏟아지는 북한군 파병 관련 소문이다. 출처를 따라가다 보면 대부분 X(옛 트위터)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닿는다. 주로 ‘친우크라이나’로 분류되는 계정이 시작점이다. 거짓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뒤섞여 ‘전황’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중이다. 지난 11월 5일(현지시간)에는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이 교전을 벌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를 실명으로 확인해준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다. 그는 북한군과의 교전을 두고 “세계가 불안정성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동일한 내용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상당한 수(a significant number of)의 북한군이 사망했다”고만 보도했다. 한국 정부도 교전의 의미를 확장 해석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지난 11월 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소규모 인원이 정찰 활동이나 전쟁 이외의 사전준비 차원에서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는 저희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전투는 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루 뒤인 11월 7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하면 어찌 됐든 방어무기부터 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살상무기 제공’, ‘파병’ 가능성까지 나왔던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급변한 태도의 원인으로 짐작해볼 만한 정황은 있다. 북한군 교전설이 불거진 지난 11월 5일 미국에서는 대통령선거가 진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년 만에 제47대 미국 대통령 당선인으로 돌아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러시아와 담판을 통해 빠른 시기에 종전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승리 선언 연설에서도 “나는 전쟁을 시작하지 않고 끝낼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국제정세는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맞았다.

확인되지 않는 정보는 누가 흘리나


SNS만 보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있다는 북한군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들의 키, 얼굴, 복장, 말투, 심지어 머리 스타일까지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게 공개돼 있다.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파급력은 진짜 정보와 동일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북한군이 전투 경험을 쌓기 전에 한국이 대응해야 한다”거나 “총알받이가 된 북한군이 불쌍하다”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을 억지로 전쟁에 끼워 넣고 보면, 누군가 정보를 흘리며 심리전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통되는 정보의 신빙성에 대해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전부 걸러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근거는 쏟아져 나오는 정보가 한쪽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다. 그는 “북한군이 러시아 군복과 신분증을 충분히 위조할 수 있는데 정보라고 나오는 것들을 보면 전부 북한 신분증, 인공기를 대놓고 가지고 다닌다”며 “게다가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 포로를 잡았으면 공개하면 그만인데 우크라이나 당국이 아닌 민간단체가 포로라며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전쟁에 참전했다는 것이 주요 문제가 될수록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이 필요한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좋은 압박 수단이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0월 3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 참전 사실을 지적하며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싸우기 위해 온 군대라는 공식적인 지위를 얻은 뒤 (한국에) 구체적인 요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한국으로부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으며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방어, 특히 방공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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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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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바람과 별개로 한국에 필요한 것은 ‘사실 확인’이다. 북한군이 실제 최전선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애초 대다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폭풍군단’은 적진 후방에 침투해 요인 암살, 시설 파괴 등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최전선에서 교전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 관계자 등을 통해 북한군의 교전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조 위원은 “폭풍군단 특성을 봤을 땐 상식적이지 않지만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는 것 같다”며 “다만 겨울이 임박한 시점에서 대규모 병력이 투입됐다는 정황은 아직 없고, 우크라이나 측이 예상한 북한군 투입 시점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겨울을 앞둔 시점에 파병돼 빠르게 전투에 참전한 이유’가 중요해졌다.

실리 챙기는 북한


미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게 된 만큼 전쟁은 ‘신속한 종전’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문제는 방법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부통령을 맡게 될 J. D. 밴스 당선인은 지난 9월 시사점을 남겼다. 그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평화적 해결’을 기대하며 크렘린궁과 우크라이나, 유럽 관계자들과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아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현재 경계선’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취임 전 형성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선이 어디냐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겨울이 임박한 상황에서 투입된 북한군의 존재 역시 이와 무관할 수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군의 존재는 러시아가 전선을 유지하면서 전투 요원을 순환 배치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들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투입된다면 협상 국면에 진입하기 전까지 원래 러시아 영토인 쿠르츠크 지역에 남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수복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산발적, 소규모 교전도 전선 유지 측면에서 보면 설명이 가능하다. 어떤 이유든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릅쓰고 ‘파병’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한 데 이어 실질적 ‘손실’까지 감내하며 러시아를 돕고 있다. 겨울을 앞둔 파병 시점,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참전 등은 모두 평화협상 이후 반대급부를 키우는 포석이 된다.

문제는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핵심은 ‘평화협상’을 말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여전히 ‘살상무기 지원’이 가능하냐, 해당 조치가 전후 북한이 받을 혜택을 줄일 수 있느냐 등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그래서 외교에서 말이 앞서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북한군과의 교전 사실을 키워서 한국에 공식 지원을 요청하겠다는 것인데 이제 정부는 스스로 뱉은 말을 수습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한·미동맹을 그렇게 좋아하는 정부가 미국의 액션플랜(실행계획)도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왜 선제적으로 나서는지 모르겠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최대한 관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군 참전을 명분으로 한 한국의 전쟁 개입은 평화협상 이후 문제를 남길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러시아의 한국 적대나 실질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 정부의 더욱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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