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3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브이오비(V.O.B Voice of Baceprot)’의 열정적인 음악과 함께 가사가 울려 펴졌다. “Stop war! We hate war!” 히잡과 격렬한 헤비메탈 사운드의 조합에 멀리서 지켜보던 관객들이 하나 둘씩 무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 공연을 위해 한국을 첫 방문한 헤비메탈 밴드 브이오비는 올해 6월 영국 글래스톤베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뮤직 페스티벌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펼치며 세계적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팀이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 출신 세 여성이 히잡을 쓴 채 강렬한 헤비메탈 사운드에 강렬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는다.
브이오비는 비무슬림권에선 억압의 상징인 히잡에 대한 시선이 익숙한 듯 했다. 이들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음악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히잡이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히잡을 써왔고, 이제는 히잡을 쓴 여성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상징처럼 느껴집니다.” 기타와 보컬을 맡고있는 마르샤는 “지금 현재 세계가 돌아가는 걸 보면 저희 세대의 미래가 밝지 않기 때문에, 그 미래를 위해 노래하고 있어요”라고 덧붙이며, 세대 간의 연대와 공감을 강조했다.
왼쪽부터 드러머 ‘유이스 시티 아이사’, 기타와 보컬을 맡고있는 ‘마르샤 꾸르니아’, 베이시스트 ‘위디 라흐마와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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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인구의 약 87%가 무슬림이고, 브이오비 멤버의 고향인 서부 자바 지역의 가룻(Garut)은 보수적인 지방으로 꼽힌다. 이곳에는 음악과 노래를 금지하는 교파도 존재하며 일부는 히잡을 쓴 여성들이 헤비메탈을 연주하는 것을 ‘악마의 음악’이라 여겼다. 또 한편에서는 헤비메탈은 이슬람의 가르침과 맞지 않으니 헤비메탈 음악을 하려면 히잡을 벗으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무슬림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음악을 계속 했다.
“우리의 몸은 공공재가 아니다. 더러운 생각을 받을 자리는 없다…성차별적인 생각을 받을 자리는 없다.”
이들 곡 중 하나인 ‘[not] public property’의 가사는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다룬다. 마르샤가 말한다. “그 노래는 우리의 경험에 관한 거예요. 우리는 성희롱의 생존자이기 때문에, 우리 몸은 공공재가 아니며 우리가 원하는 어떤 옷이든 입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더 자세한 브이오비의 음악 메시지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6s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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