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보수 대법관 토머스·알리토 물러나면
젊은 법조인 후임자 앉혀 ‘보수 우위’ 유지
미국 연방대법원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왼쪽)과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 게티이미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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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시사 주간지 뉴요커 최신호에 따르면 클래런스 토머스(76), 새뮤얼 알리토(74) 두 대법관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도중 사표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강력한 보수 성향인 두 사람은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으로는 최고령에 해당한다. 토머스는 조지 H W 부시, 이른바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91년 대법원에 입성해 33년가량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6년 ‘아들’ 부시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알리토는 18년째 재직 중이다.
미국에서 대법관을 비롯한 연방판사는 종신직이다. 사망하거나 의회 탄핵소추로 파면되거나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평생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두 대법관이 용퇴를 검토하는 것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젊은 보수 성향 법조인을 대법관으로 임명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뉴요커는 토머스와 알리토가 물러나고 40대나 50대 대법관이 그 뒤를 잇는다면 최소한 2045년까지는 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가 확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알리토는 이르면 2025년 봄에, 토머스는 2026년 중에 은퇴 의사를 밝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대법원에서 ‘진보의 아이콘’으로 통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1933∼2020) 전 대법관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대법관에 임명된 긴즈버그는 2000년대 들어 암 투병을 하는 등 건강이 나빠졌다. 민주당 지지자들과 진보 진영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2009∼2017년) 도중 그가 스스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오바마가 젊고 건강한 진보 성향 법조인을 대법관에 임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긴즈버그는 이를 거부하고 계속 대법관으로 있다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87세를 일기로 숨졌다. 트럼프는 기다렸다는 듯이 젊은 보수 성향 법조인 에이미 코니 배럿(52)을 긴즈버그의 후임 대법관으로 앉혔다.
미국 수도 워싱턴에 있는 연방대법원 청사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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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은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면 상원이 인사청문회 등 인준 절차를 진행한다. 상원 본회의 투표에서 임명 동의안이 가결돼야만 대법관이 될 수 있다. 대선과 함께 실시된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총 100석 가운데 52석을 얻어 과반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다.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선택한 보수 성향 법률가가 대법관이 될 수 있는 확고한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현재 미국 대법원은 중도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69) 대법원장을 비롯한 9명의 대법관 가운데 6명이 보수, 나머지 3명만 진보 성향이다. 진보 성향 대법관들 중에선 오바마가 임명한 소니아 소토마요르(70) 대법관이 최고령에 해당한다. 소토마요르는 당뇨를 앓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도중 소토마요르가 대법관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트럼프는 보수 성향 대법관을 한 명 더 임명할 기회를 잡는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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