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오른쪽).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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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위해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공략하라는 선거 전략을 설명한 인물이 막내아들 배런 트럼프(18)라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엔 이대남의 전폭적인 지지가 한몫했다는 평가 속에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이른바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초 온라인 커뮤니티)'가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고 설득한 주인공이 배런이라고 8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게임방송 진행자 애딘 로스가 지난 8월 온라인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로스 유튜브(Adin Live)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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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이 매노스피어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지난 8월쯤이다. 당시 그는 유명 게임 스트리머 애딘 로스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했다. 로스의 유튜브 구독자는 453만 명에 이른다. 90분간 진행된 라이브 방송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내가 아는 것은 아들이 '아버지는 이 인터뷰가 얼마나 큰일인지 몰라요'라고 말해줬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진행자 로스에겐 "아들 배런이 당신의 열렬한 팬인데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로스는 "배런은 멋지고 놀랍고 훌륭한 아이다. 키도 매우 크다"고 화답했다.
이날 방송은 트럼프 당선인이 매노스피어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본격적인 계기로 평가받는다. WSJ은 "당시만 해도 이 세계가 낯설었던 트럼프 당선인에게 뉴욕대학교 1학년이던 배런이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고 설명했다. 배런 친구는 WSJ에 "(선거 전략에서) 배런은 분명히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는 우리 연령대에 있고 현재 누가 인기 있는지를 잘 안다"고 말했다.
로스가 선물한 테슬라 사이버트럭. 사진 로스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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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로스로부터 유세 중 피격당한 직후 귀에 피를 흘리며 오른손 주먹을 치켜든 사진이 랩핑 된 테슬라 사이버트럭과 초호화 롤렉스 시계 등을 선물 받았다. 해당 방송 출연 이후 트럼프 당선인은 로건 폴과 같은 다른 유튜버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매노스피어와 접점을 점점 늘려갔다. '남성계(男性界)'로도 번역되는 매노스피어는 보통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지고 남성성과 관련된 주제에 관심을 둔 온라인 커뮤니티를 포괄하지만, 범위를 정확하게 특정하기는 어렵다. "그들을 관통하는 것은 '형제들의 세계(브로덤·Bro-dom)'라는 모호한 개념"이라는 게 WSJ 설명이다.
이들은 선정적인 TV쇼나 남성 잡지 등 현재 주류 미디어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감성을 공유하고, 암호화폐와 에너지음료,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좋아한다.
매노스피어를 설명하는 다른 키워드는 종합격투기 단체 UFC다. 매노스피어는 UFC가 보여주는 폭력성과 남성 중심 문화에 열광한다. UFC 최고경영자 데이나 화이트는 트럼프 당선인과 오랜 인연이 있는 지지자 가운데 한 명이다. 트럼프는 지난 6월 화이트와 함께 UFC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WSJ은 "매노스피어 스타들은 화이트와 UFC를 통해 트럼프를 만났다고 회상할 것"이라며 "UFC가 그들을 묶어 트럼프 당선인과 접점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나의 몸 나의 선택' 시위.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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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을 앞두고 매노스피어의 활동이 대담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8일 미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에 따르면 지난 5일 대선 직후 24시간 동안 엑스(옛 트위터)·틱톡과 같은 SNS에서 여성 혐오 표현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엑스에서 '너의 몸 나의 선택(your body, my choice)'이라는 언급은 4600% 증가했다. 이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지지하는 '나의 몸은 나의 선택(My body, my choice)'을 조롱의 의미로 패러디한 것이다. '주방으로 돌아가(get back to the kitchen)'라는 언급도 4600% 급증했다.
이런 현상을 두고 ISD는 매노스피어나 여성혐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재생산권이나 성 평등 요구에 대한 승리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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