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3 (수)

100일동안 헛바퀴 돈 배달앱상생협의체…결국 입법으로 가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00일간의 헛바퀴’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들이 참여한 상생협의체가 약 100일간의 상생방안을 논의했지만, 사실상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합의점은커녕 오히려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가 갈등만 더욱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이 내놓은 상생안이 입점업체의 요구는 물론 공익위원들의 중재원칙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입법 과정을 통한 규제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상생협의체는 지난 7월3일 정부에서 발표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로,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가 만나 합리적인 상생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계일보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생협의체는 7월23일 첫 회의 이후 약 100여일간 총 11차례를 회의를 개최했으며, 제6차 회의에서 플랫폼 입점업체 측은 핵심 요구사항 4가지를 정리해 상생방안 도축을 요구했다. 4가지 핵심요구사항은 △수수료 등 입점업체 부담완화 방안 마련 △소비자 영수증에 입점업체 부담항목 표기 △최혜대우 요구 중단 △배달기사 위치정부 공유 등이다.

이에 배달플랫폼들은 제6차 회의부터 제11차 회의까지 각기 가능한 상생방안을 제시했으며, 상생협의체는 이들 제안과 입점업체 측의 요구를 함께 놓고 집중적으로 논의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핵심쟁점은 수수료 부담률이었다. 배달의민족은 중개수수료를 거래액 기준으로 3구간으로 나눠 2.0∼7.8%로 낮추는 등 ‘차등수수료’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은 9.8%다. 배달비는 역시 거래액에 따라 1900∼3400원을 받겠다고 했다. 대신 전통시장에서 시범으로 중개수수료 0%를 부과하던 것을 전국으로 확대하는방안을 내왔다. 다만, 쿠팡이츠가 같은 수준의 상생방안을 시행하는 것이 전제라는 조건을 달았다.

쿠팡이츠는 이번 회의에서 처음으로 차등수수료를 구체화해 제시했다. 거래액을 총 6구간으로 나눠 △상위 10%에 대해서는 9.5% △상위 10~20%에 대해서는 9.1% △상위 20~50%에 대해서는 8.8% △상위 50~65%에 대해서는 7.8% △상위 65~80%에 대해서는 6.8%△하위 20%에 대해서는 2.0%로 했다. 배달비는 기존 1900∼2900원에서 2900원으로 단일화하고, 거래액 상위 50%에는 할증 비용을 추가로 부담시키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가 제시한 상생방안에 대해 “사실상 입점업체의 요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등 수수료의 범위 중 80%를 6.8% 이상으로 잡은데다 배달비를 인상하는 안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라고 말했다.

이들 플랫폼의 상생방안은 공익위원들의 중재 원칙과도 거리가 멀다. 수수료 관련 중재원칙은 ‘평균 6.8%를 넘지 않는 것’이지만 배민과 쿠팡 모두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

공익위원의 중재원칙이 마지막 회의에서 처음 공개된 것에 대한 문제점도 나온다. 중재원칙을 일찍 공개했다면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에 입장차를 좁히는 역할을 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서는 공익위원들의 ‘면피용’으로 중재원칙을 공개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공익위원은 ‘최후 통첩’으로 쿠팡이츠에 중재 원칙에 가까운 수준으로 상생방안을 수정해 제시해 달라고 했다. 배민에는 현 상생방안에 개선 필요성은 없는지 더 검토하라고 했다. 하지만 100일이 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두 회사가 중재원칙에 부합할 사생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자율규제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결국 야당을 중심으로 ‘수수료 상한제’ 등 입법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온라인플랫폼중개거래 공정화법의 보완입법을 통해 수수료율의 상한을 정할 수 있는 조항을 추가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상생안이 사회적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로선 입법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