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5 (금)

해수욕장서 양주병만 줍는 이 여자…기발한 사업 아이템 만들었다는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핑 성지’ 양양 사람 몰리며
수입 술병 쓰레기 급증하지만
색·원료 다양해 매립만 가능

꽃병·조명·귀걸이 등 재탄생
연말부터 온라인 판매도 나서


매일경제

전옥랑 양양새활용주식회사 대표가 수입 빈 병으로 만든 다시(DASH) 허브 보틀을 소개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출고된 소주·맥주·음료병은 약 41억6100만개다. 이 중 97.1%(40억3800만개)가 재사용됐다. 수입 맥주를 비롯한 수입 술병은 이 통계에서 빠져 있다. 색과 원료가 다양해 국내에서는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일반 쓰레기로 매립장에 묻어 처리하고 있다. 빈 병은 자연 분해될 때까지 4000년 이상의 시간이 드는 환경오염 물질이다. 다른 폐기물에 비해 부피도 커서 매립장의 포화 시점을 앞당긴다는 문제도 있다.

강원도 양양군 현남면에 있는 양양새활용센터는 재활용 할 수 없는 빈 병을 악세사리나 인테리어 제품으로 새활용(업사이클링)하는 곳이다.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 돼 만든 양양새활용주식회사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혁신기술 발굴사업(시민주도 리빙랩형)에 양양군이 선정되면서 본격화했다.

전옥랑 양양새활용주식회사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지난 2년 동안 대략 5000개의 빈 병을 업사이클링했다”며 “발생양에 비하면 미미하지만 관광객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마중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센터에서 진행하는 환경 교육에는 매달 300명씩 7000명이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인구 2만8000명의 양양은 죽도·인구해수욕장을 비롯한 관내 해안이 서핑 성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쓰레기도 크게 늘었다. 양양군에 따르면 지역에서 소비되는 수입 주류는 연간 20만병이 넘는다. 빈 병을 포함한 불연성 쓰레기도 일평균 20t가량 발생하고 있다. 양양 지역 매립장 용량은 6만8000t으로 약 10년간 사용 가능하지만 쓰레기가 늘면서 포화 시점도 당겨지는 추세다.

주민들이 수입 빈 병 수거에 앞장서는 까닭이다. 센터는 수입 빈 병을 가져오는 사람들에게 병당 150원의 반환금을 지급하고 있다. 새활용한 제품의 매출 수익이 재원이다. 1인당 1년 동안 최대 100병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재원보다는 새활용 작업으로 처리할 수 있는 빈 병의 양에 한계가 있어 마련한 제약이다. 또 병 세척 같은 일부 작업은 자활센터와 연계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빈 병의 새활용 과정은 유리 공예와 비슷하다. 초음파 세척 후 절단·가공을 거쳐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허브 모종과 함께 판매하는 다시(DASH) 허브 보틀은 병의 모든 부품을 활용할 수 있어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다. 고온의 화덕에 병을 녹여 만든 그릇인 ‘눌플레이트’와 유리 조각을 세공한 풍경(風磬), 조명, 귀걸이 같은 악세사리도 소비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상품이다. 현지 방문 관광객이 주된 고객이지만 연말까지 스마트스토어를 열어 온라인 판매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파쇄한 유리를 건축 자재처럼 대량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 버려진 서핑보드와 어선용 그물, 비닐을 비롯한 다른 폐기물의 업사이클링도 기획 중이다. 전 대표는 “양양군의 경우 성수기가 아닌 평시에도 폐자원 발생량이 너무 많아 다른 지자체에 돈을 주고 처리하는 상황”이라며 “업사이클링만으로는 이들 폐기물이 쌓이는 양 이상으로 소진하기 어려워 자재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