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운수 기사 이복순·이복지씨 "운전은 남녀 똑같아"
왼쪽부터 차례로 이복순(64) 씨와 이복지(57) 씨 |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작한 일이지만 이제는 '시민의 발'이라는 자부심이 커요. 동생과 남편에게도 이 일을 권했고, 지금은 모두 버스 기사랍니다."
최근 서울 은평공영차고지에서 만난 14년 차 버스 기사 이복순(64)씨의 이야기다.
이씨는 유성운수에서 서울 시내버스 750B번을 운전한다. 일곱 살 터울 동생 이복지씨 역시 같은 노선을 운행하는 '자매 버스 기사'다.
포장마차를 하던 이복순 씨는 어느 날 버스를 탔다가 체구가 작은 여성 기사를 보고는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에 기사가 됐다. 2011년 마을버스 운전대를 잡았고, 2015년부터는 시내버스를 운전 중이다.
집에선 아내이자 엄마인 그가 1종 대형 운전면허를 따고 기사가 되기까지 응원만 받은 것은 아니다.
이씨는 "신랑이 내가 기사 일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아침 7시에 면허를 따러 집을 나서니 '어딜 그렇게 다니느냐'길래 그냥 '알바하러 간다'고 했다"면서 "그래도 면허를 열흘 만에 따냈다"고 돌아봤다.
이씨는 "키가 작은 내가 대형 면허증을 찾으러 가니 (직원이) 놀라며 대단하다고 하더라. '시작을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당시만 해도 여자가 입사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며 "처음에는 여자 화장실 등 여건이 부족한 점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지금은 여성이라고 해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결국 운전 일은 남자나 여자나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내버스는 '시민의 발'이다. 응원해주고 알아봐 주는 승객들도 있어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버스 기사 이복순(64) 씨 |
운전을 좋아하고 시민들을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 그는 가족에게도 이 직업을 권했다.
아내가 버스 기사가 되는 것을 처음엔 달갑지 않게 여기던 남편도 지금은 버스 기사가 됐고, 동생 이복지씨는 아예 언니와 같은 노선을 운행 중이다.
이복지씨는 "예전엔 여성 기사는 아예 뽑지도 않는 회사도 있었고 여성 기사라고 무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면서 "보통 자매는 명절 때나 볼까 말까인데 언니와 같은 직장에서 일하니 의지도 되고 참 좋다"고 말했다.
자매가 일하는 유성운수는 기사 209명 중에 26명(12.4%)이 여성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여성 버스 기사는 극히 드물다. 지난 8월 기준 시내버스 운전기사 1만7천787명 중 여성은 352명(2.0%)에 불과하다.
이씨는 "처음엔 꼬마들이 날 보고 '아줌마 기사'라며 놀라더라"며 웃었다.
버스를 몰다 보면 힘들고 난처한 순간도 종종 겪는다고 한다.
이씨는 만취한 승객이 버스에서 잠들어버릴 때를 꼽았다. 그는 "버스를 가리켜 '1천500원짜리 숙박'이란 말까지 있다"면서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나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버스 기사는 여성이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는 게 자매의 말이다.
"충분히 보람을 느끼며 일할 만한 가치 있는 직업이에요."(이복순씨) "성격에 대담한 면이 있다면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이복지씨)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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