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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불 꺼져 가는 광주 전통시장…대인시장·1913송정시장 공실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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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전통시장] 24곳 중 10곳, 공실률 10% 넘겨

고객 감소에 공실률 늘자 손님 뚝…악순환 반복 직격탄

[편집자주] 광주지역 전통시장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일일배송과 상인 고령화 등 이유는 셀 수 없이 다양하다. 3년 뒤부터는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줄줄이 들어선다. 총 4곳의 복합쇼핑몰과의 생존 경쟁을 대비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3년인 셈이다. 뉴스1은 전통시장 상인 100명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광주와 전통시장에 주어진 '모래시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7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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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구 '1913송정역시장'.(ⓒ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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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이승현 박지현 기자 = 8일 오후 6시쯤 광주 광산구 1913송정역 시장. 해가 지고 어스름해지자 시장 입구에 큼지막한 노란 네온사인이 불을 밝혔다. 시장 가게들도 하나둘 전등을 켜며 시장 골목은 이내 환해졌다. 하지만 듬성듬성 그늘진 곳이 많았다. 2집 건너 1곳은 불을 켜지 않았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식품 가게를 운영 중인 A 씨(50대)는 "공실이 많은 데다 남은 상인들도 늦게 문을 열고 일찍 문을 닫는다. 손님들은 불이 꺼진 시장에 실망감을 보인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동구 대인동에 있는 대인시장. 문화와 예술을 접목한 전통시장으로 유명한 이곳도 황혼이 시작되자 불을 밝혔으나 마찬가지로 2집 건너 1곳은 끝내 불을 밝히지 않았다.

50년째 야채 장사를 하는 B 씨(70대)는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여기는 오후에 여는 시장이냐'고 묻는다. 새벽부터 연다고 해도 문 연 곳이 없다고 안 믿는다"면서 "아침 일찍 개점해도 주변 점포는 비어 있으니 다 같이 타격을 받는 구조다. 이런 상황이면 대인시장은 5년도 못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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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광산구 송정동에 위치한 1913 송정역시장의 비어있는 가게가 창고 용도로 쓰이고 있다. 2024.11.9/뉴스1 ⓒ News1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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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24곳 중 10곳이 공실률 10% 넘겨

광주 전통시장의 불이 꺼지고 있다. 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원하는 때에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수 없으니 발길이 끊기고, 고객 감소는 다시 공실률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뉴스1>이 광주 24개 전통시장의 공실률을 조사한 결과 평균 12.8%로 나타났다.

동구 대인시장(34.6%)·남광주 해뜨는 시장(24.6%)·남광주시장(14.4%), 서구 양동복개상가(10.0%), 북구 두암시장(28.5%)·운암시장(14.2%)·동부시장(10.0%), 광산구 송정역시장(30.9%)·송정매일시장(17.8%)·우산매일시장(13.7%) 등 10곳이 10% 이상의 공실률을 보였다.

광주의 중심지인 대인동에 있는 대인시장은 광주 전통시장 중 공실률이 가장 높다. '야시장'으로 유명하지만, 전체 점포 289곳 중 100곳(34.6%)이 비어 있다.

45년 경력의 C 씨(70대)는 "상인들이 다 빠져나가서 수산물 파는 곳이 거의 없다. 다양한 물건을 사려고 시장에 오는 건데 막상 오면 살 게 없다. 사실상 시장 기능이 상실됐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송정역 시장은 KTX 광주송정역 맞은편에 있는 전통시장이다. 큰길을 따라 1~2층 상가가 즐비하게 들어선 구조다.

광주송정역은 퇴근 시간과 맞물려 열차와 지하철 탑승객 등이 분주히 오가며 활기를 띠었지만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송정역 시장은 전혀 다른 세상처럼 인적이 드물었다.

식품 가게 주인 D 씨는 "송정역은 광주의 관문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데도 시장이 비어간다. 공실률을 줄이기 위해 신규 입점한 청년들은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 월세는 20만 원이었는데 슬금슬금 오르더니 250만 원을 받는 곳도 생겼다. 장사는 안되고 월세는 높으니 신규 점포들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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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광주 동구 대인시장의 한산한 풍경 /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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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실률에 고객 감소, 시장 침체 되풀이

송정역 시장의 공실률은 광주 전통시장 중 2번째다. 전체 점포는 84곳 중 26곳(30.9%)이 비어 있다. 10곳 중 3곳이 공실이다.

그간 송정역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은 적지 않았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이곳에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벌였다. 1913송정역 시장이라는 이름이 공식 명칭이 된 것도 이때다.

시장을 상징하는 랜드마크와 공중화장실, KTX 송정역 이용객 편의를 위한 실시간 열차 정보 전광판도 이때 설치했다.

20곳의 청년 상인 점포가 신규 입점해 일일 평균 방문객은 7000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되찾은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년간 방앗간을 운영한 E 씨(60대)는 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의 제1 시범업소로 참여했다.

E 씨는 "현대카드가 송정역 시장 사업에 뛰어들어 전 상인을 대상으로 서비스와 판매 교육을 진행했다. 당시 전통시장인데도 상인들이 친절하다고 반응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초반에 입점한 젊은 업주들은 남보다 일찍 오픈해 남보다 늦게 닫는 장사꾼의 숙명을 버티지 못했고, 교육받은 상인들도 하나둘씩 이탈해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젠 '주인이 자주 바뀌고 자주 쉬는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박혀버렸다. 임대료를 내리고 시장 이미지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광산구는 지난 2022년부터 2026년 말까지 총 80억 원을 들여 송정역 시장~광산로 일대의 상권 활성화, 환경개선 사업 등 송정역세권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공실률을 막지 못했다.

40대 업주는 F 씨는 송정 르네상스 활성화 창업 테스트 1기로 지난해 이곳 시장에 음식점을 열었다.

그는 "저녁엔 불 켜진 곳이 몇 없어 으스스하다. 야시장으로 알고 오는 분들도 오면 실망하고 돌아간다"며 "부동산 가격을 이유로 장사도 하지 않고 가게를 내놓지 않는 곳도 있다. 입점하려는 청년들이 장사를 시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정역 시장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빛들은 1시간여 만에 하나둘 꺼졌다. 듬성듬성 불 꺼진 골목은 찬바람에 날린 낙엽만 뒹굴었다. 적막하다 못해 스산함만 감돌았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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