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엑스(JX)의 김준수(왼쪽)와 김재중이 9일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제이엑스 2024 콘서트 아이덴티티 인 서울’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팜트리아일랜드·인코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친 내 하루는/ 항상 그댈 찾겠죠/ 마르지 않는 샘처럼/ 그댈 사랑할게요”

9일 공연장을 가득 채운 1만여명 관객이 다 함께 노래를 부르자, 김재중이 눈물을 글썽였다. 김준수는 그런 김재중을 토닥였다. 관객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2008년 발표된 동방신기 4집 스페셜 에디션 수록곡 ‘돈트 세이 굿바이’는 이별을 말해야 하는 애틋한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김재중은 “여러분의 눈물 흘리는 모습 보고 미소를 짓고 싶었다. 그립고 슬프기보단 지금 같이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이 노래를 부르면 너무 힘들다”고 했다.

관객과 가수 모두 눈물을 흘린 이유가 있다. 이 노래 발표 뒤 동방신기 멤버였던 김재중·김준수·박유천은 소속사와의 분쟁으로 제이와이제이(JYJ)로 쪼개져 나왔다. 국내 활동은 제약 받았고, 일본 등 국외 중심으로 활동했다. 2019년 박유천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면서 제이와이제이는 사실상 와해됐다. 멤버들만큼 팬들의 마음고생도 컸다.

비 온 뒤 땅이 굳듯, 남은 멤버들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동방신기 데뷔 20주년을 맞은 올해 김재중(JAEJOONG)과 김준수(XIA)가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젝트 그룹 제이엑스(JX)로 컴백한 것이다. 이들은 8~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에서 열린 ‘제이엑스 콘서트 아이덴티티 인 서울’ 공연 3회를 모두 매진시키며 녹슬지 않은 티켓 파워를 입증했다.

제이엑스의 공연이었지만, 사실상 동방신기의 공연이나 다름없었다. 공연 중간 솔로 무대를 제외하곤 대부분 ‘라이징 선’, ‘넌 언제나’, ‘주문’, ‘허그’ 등 동방신기 히트곡으로 세트리스트를 구성했다. 앙코르 무대에선 다섯손가락의 원곡을 리메이크해 큰 인기를 끌었던 ‘풍선’도 불렀다.

그동안 이들은 동방신기 시절의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김재중은 “너무 오랜만에 부르는 노래들이 많다. 그동안 부르지 못했던 이유는 참 많다. 말 못할 이야기들이 많지만 지금 노래를 부르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해소되는 것 같아 울컥하다”고 말했다.

제이엑스는 이번 공연에서 동방신기의 곡을 부르기 위해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공연 사용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급했다. 모든 음악을 밴드 버전으로 새로 편곡하기도 했다. 공연 관계자는 “정당하게 저작권료를 지급해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비록 박유천이 빠졌지만, 제이와이제이 멤버들이 모여 한국에서 공연을 한 것은 2014년 10월 이후 꼭 10년 만이다. 오랜만의 공연이었지만, 데뷔 20돌을 맞은 베테랑답게 뛰어난 실력과 무대 매너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거친 숨소리가 그대로 들릴 정도로 진짜 라이브 공연을 펼친 점이 인상 깊었다. 국내 정상급 뮤지컬 배우로 성장한 김준수와 꾸준히 솔로 앨범을 낸 김재중의 보컬과 퍼포먼스가 빛을 발했다.

김재중은 전날 공연 뒤 목에 이상이 와 이날 오전에 치료를 받고 무대에 서는 투혼을 보였다. 그는 “목이 움직이지 않아 걱정이었는데 무대에 올라오니 완전히 나았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무대 중간 토크쇼가 연상될 만큼 재치 있는 입담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앙코르 무대 땐 직접 관객에게 다가가 손을 마주치고 선물을 나눠주는 등 팬서비스도 남달랐다. 이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장 큰 실내공연장을 가득 채울 수 있는지 그 비결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제이엑스는 다음달 14~15일 3만명 이상 들어가는 일본 사이타마 베루나돔에서 공연을 펼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