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정 협의체 11일 ‘개문발차’
야당·의협·전공의 빠진 채로 출발
총리·주무부처 장관은 모두 포함
2025 의대 정원 놓고 입장차 커
협의체 논의 진전 여부 놓고 주목
임현택 탄핵 주장 전공의·의대생
협의에 직접 나설지도 이목 쏠려
박단 “임, 전공의 단체 신설 시도
협의체 참여하고자 독단 행보” 주장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야당이 빠진 ‘여·의·정 협의체’ 출범을 알리면서 “내일(11일) 회의는 의제를 정해 놓지 않고 출범하는 상견례 자리가 될 것”이라며 “(협의체에선) 의대 정원을 다루고, 의료사고 면책 특례조항이나 전공의 처우 개선, 필수·지역의료 활성화 지원 등의 주제를 다루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협의체에는 정부 측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여하고, 여당 측에선 3선 중진의 이만희·김성원 의원과 의사 출신 한지아 의원이 대표로 나선다. 의료계에선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참여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참여 주체의 대표성 부족, 의제 제한 등을 사유로 불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물러나는 의협 회장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가 끝난 뒤 임현택 회장이 총회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대의원총회에서 임 회장 불신임(탄핵) 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임 회장은 취임 6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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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전공의 빠진 협의체 출범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단체 등의 협의체 참여를 막판까지 독려하고 있지만 당장 추가로 참여하는 단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장이 탄핵된 의협이 바로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대한의학회·KAMC가 협의체 참여 조건으로 무조건적인 ‘의대생 휴학 승인’을 내걸었고, 정부가 지난주 이를 수용해 나름의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협의체는 출범 전부터 기대를 키우고 있다.
아울러 협의체에 총리와 주무 부처 장관들이 모두 포함되면서 협의 시 이행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한 총리는 최근 협의체에서 논의 후 합의된 의대정원 증원안과 의료개혁안을 정부가 책임지고 이행하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협의체 출범 후 우선 논의해야 할 ‘2025년 의대 정원’에 대한 입장차가 명확해 진통이 불가피하다. 대통령실과 교육부·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2025년 의대 정원은 수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 “내년도 2025년도 수능이 11월14일에 있고 내년도 의대 정원은 정부가 추진한 대로 됐다. 이제 2026년도는 의료계와 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해서 합리적인 의견이라고 하면 그에 따라서 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반면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2025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고,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 교수단체는 “각 대학 총장은 모집요강을 준수하면서 모집 인원을 재조정할 묘수를 찾기 바란다”며 의대들을 상대로 ‘모집인원 재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2026년 의대 정원에 대해선 정부와 의료계 모두 재논의하자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수능을 앞둔 상황에 2025년 정원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의료계와 ‘이미 정해졌다’는 정부가 충돌하면 협의체 논의는 진전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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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의대생 목소리 반영되나
정부가 2025년 의대 증원 조정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긴 하지만, 임 회장 탄핵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전공의·의대생 단체가 정부·정치권과의 협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7일 전공의 90명 명의로 임 회장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제껏 전공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인 셈이다.
특히 임 회장 사퇴를 수차례 주장하며 갈등을 빚은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임 회장은 사직한 전공의 한 명을 앞세워 현 사태에 혼선과 분란을 지속적으로 야기하고 있다”면서 의협 모 이사를 통해 새로운 전공의 단체, 즉 괴뢰 집단을 세우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 위한 임 회장의 독단적인 행보로 판단하고 있다”며 “임 회장은 상황을 왜곡하고 내부 갈등을 조장해 사태를 악화시키는 부정한 행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8일 “임 회장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해 왔고 지난 8개월간 보여준 망언과 무능은 학생들에게 있어 크나큰 절망으로 다가왔다”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젊은 의사들과 대립각을 세운 것 외에도, 그간 수차례 구설에 오르며 의료계 내에서도 과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임 회장은 올해 2월 윤 대통령이 참석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행사장에서 소란을 피우다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입을 틀어막히고 퇴거당했고, 3월 말 의협 선거에서 회장에 당선돼 5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임 회장은 의사에 유죄를 선고하는 등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이 여자 제정신인가’라고 저격하거나 ‘정권 푸들’이라고 공격하고, ‘조규홍 장관 말을 믿느니 김일성 말을 믿겠다’고 하거나 민주당 김윤 의원,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 박민수 복지부 차관을 십상시라고 표현하는 등 막말을 일삼았다. 국회 청문회에서 이에 대한 지적이 일자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탄핵의 경우 공식 입장을 내놓은 사례가 많지 않은 대전협과 의대협이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때문에 향후 협의체 출범 이후 직간접적으로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한 의료계 인사는 “협의체가 정상 가동하면 전공의·의대생들도 결국 목소리를 내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대한의학회와 KAMC 등 의료계 단체가 협의체에 먼저 참여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 장관도 최근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해 성과를 내면 전공의가 (협의체에) 참여하는 시기가 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재영·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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