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실언 등으로 비판받아와
‘의·정 갈등 해결’ 새 국면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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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모든 길은 바른길로”
의협·전공의 대화 가능성
의·정 갈등 국면에서 ‘막말’ 논란 등을 빚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사진)이 10일 탄핵당했다. 의협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이르면 한 달 내에 차기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전공의들과 대립해오던 임 회장이 물러나면서 의협과 전공의 사이의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협의 ‘수장’ 교체가 9개월째 교착상태인 의·정 대화 진전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의협 대의원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가결 정족수 150명을 넘긴 170명 찬성으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 대의원 248명 중 224명이 이날 총회에 참석했다. 반대는 50표, 기권은 4표로 75.9%의 압도적 찬성률을 보였다. 불신임안이 가결되려면 재적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지난 5월 임기를 시작한 임 회장은 취임 6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의협 회장에 대한 불신임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탄핵으로 이어진 것은 2014년 노환규 전 회장에 이어 임 회장이 두 번째다. 임 회장이 탄핵당함에 따라 의협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게 되며, 60일 이내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의협은 오는 13일 비대위원장을 선출한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최대한 일정을 당겨 회장 선거를 치르려 한다”고 했다.
그동안 임 회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막말과 실언을 해 의협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장상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X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정신장애인을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 회장은 사과문을 올리고 SNS 활동을 중단했다.
의협 내부에서는 9개월째 계속되는 의료대란을 임 회장 체제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커졌고, 탄핵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2025년도 의대 증원, 간호법 제정, 수가 인상 등 의료 현안에 임 회장 체제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임 회장이 서울시의사회 간부에게 고소 취하 조건으로 5만원짜리로 1억원을 요구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이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등 전공의·의대생 단체들이 임 회장 탄핵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잇따라 내면서 임 회장 탄핵 여론에 힘이 실렸다. 의대협은 지난 8일 낸 입장문에서 “임 회장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무시해 왔고, 지난 8개월간 보여준 망언과 무능은 학생들에게 크나큰 절망으로 다가왔다”며 “임 회장을 신뢰할 수 없고 향후에도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생들의 결론”이라고 밝혔다.
임 회장 탄핵을 계기로 답보상태에 머문 의·정 갈등 국면이 전환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료대란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의협과 마찰을 빚으면서, 의협이 의료계 구심점 역할을 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 회장 사퇴를 촉구해왔던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임 회장 탄핵 기사를 공유하면서 “결국 모든 길은 바른길로”라는 짤막한 메시지를 올렸다.
일단 의협과 전공의들 사이의 대화 가능성은 높아졌다. 김교웅 의장은 총회 후 언론 브리핑에서 “비대위와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고 전공의가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고 신뢰가 좀 생기면 (의대 정원 문제 논의 상황이) 좀 달라질 것 같다”면서 “이번 비대위에는 전공의들도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데, 서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된 내용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1일 출범하는 여·야·의·정 협의체도 역할이 주목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확실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아 우선 ‘여·의·정’ 형태로 출범한다. 의료계에서는 의협과 대전협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사단체가 불참하며, 의학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두 곳만 참여한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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