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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내 휴대전화 집사람이 보면 죄짓는 거냐”[횡설수설/김승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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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성재 법무장관은 8일 국회 법사위에서 “우리 집에선 (집사람이) 제 것도 보고, 집사람 것도 제가 본다”며 “집사람이 제 휴대전화를 보면 죄짓는 거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후보 시절) 아내가 아침 5, 6시인데 안 자고 엎드려서 제 휴대폰을 갖고 답하고 있었다. (잠을) 안 자고 완전히 낮과 밤이 바뀌어 그렇게 했다”고 한 말을 야당이 꼬집자 나온 답변이다.

▷박 장관은 “바쁜 경우에 간단한 답 같은 건 다른 사람을 시킬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박 장관의 발언은 논란의 핵심을 비켜간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입당원서에 적힌 전화번호가 노출된 뒤 문자가 쏟아졌다고 했다. 김 여사가 답변을 한 대상에 윤 대통령과 아는 사람들도 있는지, 번호가 저장돼 있지도 않은 생면부지의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부부간에 휴대폰 문자 등을 공유하는 이들이 많지도 않지만 설사 상대방 문자를 본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동의도 없이 대신 답변까지 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여사가 문자 상대방과 윤 대통령의 관계, 문자에서 언급된 이슈의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보냈는지 의문도 남는다.

▷윤 대통령은 새벽에 답장을 하던 김 여사에게 “제가 ‘미쳤냐, 잠을 안 자고 뭐 하는 거냐’ 그랬더니 (아내가) ‘이분들이 다 유권자인데…’”라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김 여사가 밤잠 안 자고 정치권에 뛰어든 자신을 도왔다는 점을 설명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답변은 자연스럽게 추가적인 궁금증을 낳았다. 김 여사가 이후 당선인 시절이나 대선에서 당선된 뒤에도 ‘바쁜’ 윤 대통령을 대신해 답변한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정치인이나 대선 후보 가운데 공개를 전제로 한 SNS 관리를 참모에게 맡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 문자 답신은 수신자로 하여금 ‘직접 썼다’고 믿음을 주는 것이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이 알려지자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문자 답변을 받은 이들 중에선 “내가 받았던 문자가 대통령이 보낸 게 맞나” 하는 반응들도 나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만으로는 김 여사가 단순 인사만 보냈는지, 다른 내용까지 보냈는지를 알 도리는 없다. 다만 통상의 대통령 부인 역할을 넘어서는 행동을 보여온 것과 맞물리며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정작 윤 대통령은 같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김 여사의 휴대전화를 보지 않는다고 했다. 명태균 씨 논란과 관련한 답변을 준비하면서 “아내 휴대전화를 보자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 제가 그냥 물어봤다”고 했다. 김 여사는 대통령 전화를 통해 문자 답신까지 하는데 대통령은 김 여사의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니 “대체 뭔지” 하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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