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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2형 당뇨병, 신장 손상 속도 빨라…혈당뿐 아니라 신장도 정기적으로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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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병완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인터뷰 이병완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중앙일보

이병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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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진행성 질환인 2형 당뇨병은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한다. 미세혈관 합병증인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 신장병으로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 환자 발생률의 증가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매년 알부민뇨, 추정 사구체 여과율 같은 신장 손상 지표를 모니터링할 것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세계 당뇨병의 날(11월 14일)을 계기로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병완(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 이사) 교수에게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에 대해 들었다.

Q : 당뇨병으로 진단받고 크고 작은 합병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A : “혈당 조절을 못 해서가 아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당뇨병으로 진단받고 지내는 유병 기간이 길어진 것이 원인이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길어지면 인체의 모든 크고 작은 혈관에 만성적 염증으로 합병증이 생긴다. 뇌·심장과 연결된 큰 혈관(대혈관)이 막히면 뇌졸중·심근경색이, 눈·신장을 이루고 있는 작은 혈관(미세혈관)이 탈이 나면 시력이 나빠지고 투석 등 신 대체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 큰 혈관은 생명과 직접 연관되지만 작은 혈관은 삶의 질에 영향을 준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혈당조절뿐 아니라 심혈관·신장 등 표적 장기도 동시에 살펴야 한다.”

Q : 미세혈관 합병증인 당뇨병 동반 만성신장병을 의심하는 징후가 있나.

A : “부종으로 몸이 붓고 소변에 거품이 많이 생기는 정도다. 당뇨병 환자라도 오랜 기간에 걸쳐 신장 기능이 떨어져 몸의 변화를 자각하기 어렵다. 신장의 사구체 여과율이 떨어지면 노폐물을 거르는 속도가 느려지고 알부민(단백질)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알부민뇨로 거품뇨가 나타난다. 예전보다는 치료 환경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신장이 망가진 것을 뒤늦게 알게 돼 응급 투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미세혈관 합병증인 당뇨병성 만성신장병은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 10명 중 3명(30.3%)에게서 나타날 정도로 발생률이 높다. 특히 2형 당뇨병은 신장의 손상 속도가 빨라 주의해야 한다. 매년 알부민뇨 검사, 추정 사구체 여과율을 모니터링하면서 신장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도 이런 내용이 명시돼 있다.”

Q : 혈당 조절을 위해 현미밥만 먹는 당뇨병 환자도 있다.

A : “현미밥이 혈당 조절에 유리한 것은 맞다. 그런데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이면 혈당 조절보다 신장 보호에 더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이 약해진다. 현미는 쌀밥보다 단백질이 더 많이 포함돼 있다.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으로 신장 기능이 떨어진 경우라면 현미가 독이 될 수 있다. 채소도 마찬가지다. 채소에 풍부한 칼륨도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당뇨병 환자는 혈당 조절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신장 보호를 위해 현미·채소 섭취를 줄여야 한다.”

Q : 스틱형 소변검사(요시험지봉검사)에서 단백뇨가 검출되면 어떻게 하나.

A : “단백뇨가 검출됐다는 것은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다. 스틱형 소변검사는 색 변화로 집에서도 간단하게 단백뇨 등을 점검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확인할 수 없다. 개략적인 상태를 참고하는 정도로만 활용한다. 2형 당뇨병으로 유병 기간이 길어지면 미세혈관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단백뇨가 검출되면 담당 주치의와의 상담 후 정확한 진단을 위해 추가로 신장 기능을 살피는 전문적인 혈액·소변 검사를 받을 것을 권한다. 국내에서는 당뇨병인데도 신장 기능을 모니터링하는 비율이 낮아 안타깝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으면 혈당뿐 아니라 신장 기능도 정기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를 통해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신부전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로 당뇨병을 동반한 만성 신장병 환자는 투석·신장 이식 고위험군이다. 신장의 사구체 여과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이렇게 망가진 신장은 회복이 힘들어 결국 투석이나 신장 이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초기부터 신장 기능을 지켜주는 신약(피네레논)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Q : 말기 신부전으로 이행하는 것을 막는게 중요해 보인다.

A : “그렇다. 기존에는 혈압·혈당을 조절해 신장 기능을 유지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치료했다. 최근엔 신장에 직접 작용해 신장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치료제인 피네레논으로 만성 신장병 진행을 늦출 수 있게 됐다.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 치료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주목하는 피네레논은 FIDELIO-DKD, FIGARO-DKD, FIDELITY 임상 연구 등을 통해 2형 당뇨병 동반 만성 신장병의 진행을 억제해 투석 위험을 20%나 줄이는 효과를 입증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부터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돼 처방하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는 피네레논 처방 후 소변에서 거품이 줄었다는 반응이 많다. 의료진 입장에서 그 자체로 신장 기능이 나아져 단백뇨가 줄었다고 해석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신장은 물론 심혈관 보호 효과로 뇌졸중·심근경색 질환 발생 가능성도 낮출 수 있을 거로 본다.”

Q : 당뇨병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A : “당뇨병은 만성 신장병의 주요 원인 질환이다. 이 부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정기적으로 신장 기능을 검사해야 한다. 또 당뇨병 특성상 고혈압·고지혈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혈당뿐 아니라 혈압·콜레스테롤 등도 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외에도 건강했던 과거와 비교하지 마라. 나이가 들면 질병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비교할수록 기분이 우울해지고 치료 결과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질환 중증도에 따라 적절히 치료하면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지낼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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