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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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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한파 지속…고민 커지는 VC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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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IPO 종목들도 주가 찬바람

"비상장사 밸류에이션, 더 조정돼야"

국내 증시에 새로 상장한 종목들의 주가가 잇달아 부진하면서, 기업공개(IPO)를 통한 회수(엑시트)를 기대했던 벤처캐피털(VC)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신규 투자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VC의 새로운 출구전략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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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달 상장한 새내기 주 6개 중 5개 종목이 현재 공모가 대비 낮은 주가를 기록 중이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8일 코스닥에 상장한 기체 분리막 기업 에어레인은 당일 공모가 2만3000원 대비 20~30%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장중 2만원 선을 넘긴 순간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지난 1일 상장한 에이럭스는 한국 공모주 역사상 상장 첫날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로봇 에듀테크' 기업을 표방한 이 기업은 그간 IMM인베스트먼트, 롯데벤처스, 우신투자벤처 등에서 투자금을 유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에이럭스는 상장 당일 개장과 동시에 공모가 1만6000원보다 22% 낮은 가격에 거래됐고, 종가는 38.3% 떨어진 9880원을 기록했다. 지난 4일을 제외하고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한 에이럭스는 주가는 8400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우리벤처파트너스, 윈베스트벤처투자, 프렌드투자파트너스 등의 VC 투자를 유치한 헬스케어 전문기업 에이치이엠파마는 지난 5일 공모가 2만300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이후 주가는 공모가 대비 절반 가까이 빠졌고, 지난 8일 장중 주가는 1만4000원대 안팎을 오르내렸다. 이 밖에 토모큐브, 탑런토탈솔루션 등 신규 상장사도 공모가 대비 낮은 주가를 기록 중이다. 현재가가 공모가를 웃돈 새내기 주는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가 유일하다.

최근 한국 주식시장에선 상장 직후 주가가 공모가를 한참 웃도는 '공모주 불패'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지난 9월 이후 따따블(공모가 대비 300% 상승)에 성공한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실종된 반면,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를 한참 밑도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상장한 12개 기업 중 10곳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평균 수익률이 26.3%로 양호했지만, 같은 달 말 기준 손실률은 22.9%에 달해 종목 간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한 중견 VC 대표는 새내기 주 부진의 배경에 대해 "비상장 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것이 일차적인 이유다. 실제 기업 경쟁력보다 공모가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감이 있다"며 "그간 코스닥을 중심으로 이미 상장됐던 기업들의 주가가 내렸는데, 이와 비교하면 비상장사의 밸류에이션이 높아 향후 추가적인 조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주식시장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신호가 부족했고, 이를 지원할 정부 정책 방향이 부재했던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상장사의 주가 부진은 꾸준히 신규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VC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국VC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올해 국내 VC의 회수 비중을 보면 IPO가 35.1%로, 매각 48.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IPO는 VC의 대표적인 투자금 회수 수단으로, 2021년 이후 투자시장 한파가 이어지며 비중이 다소 축소됐다.

락업(보호예수) 기간 해제 후 지분 매도 시점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락업이 풀려도 주가가 기대보다 낮아 매도 시점을 늦추다 보면 수익화를 요구하는 출자자(LP)의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VC 업계에선 보유 주식의 3분의 1가량은 상장 직후 거래가 가능하도록 정하고, 3분의 2는 보호예수 기간을 1개월, 3개월로 배분해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에이치이엠파마의 경우 투자한 VC 대부분의 보유 주식 대부분에 보호예수(락업) 1개월을 설정했고, 내달부터 VC 물량에 대한 주식 거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IPO 시장 침체와 금리 인하 지연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세컨더리(구주 인수) 펀드 시장의 중요도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VC 업계 관계자는 "회수 시장이 침체한데다, 파두 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을 비롯한 전반적인 상장심사 자체가 까다로워진 상황"이라며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회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펀드 만기가 다가올수록 장외에서 거래하려는 VC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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