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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누굴 유혹하려 짧은 치마냐? 넌 처맞아야"…남친 문자 하루 400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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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


"너 같은 사람은 기생충이야", "너는 도대체 아이큐가 얼마냐",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냐", "너는 처맞아야 정신 차린다", "네 주제에 어디서 나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겠니", "저번에 보니까 너의 부모도 가방끈이 짧은 것 같더라", "네가 그런 가정에서 자랐으니 뭘 제대로 배웠겠냐", "입술은 누굴 유혹하려고 진하게 칠했냐", "긴 치마도 안되고 바지만 입고 다녀라."

이는 교제 폭력 중 생활 통제와 정서적 폭력 내용들입니다.

김도연(54)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언론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그는 "교제 폭력 가해자들은 심각한 수준의 모든 욕설을 다 한다"면서 "연인에게 10시간 동안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욕설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욕설 문자가 하루에 200통은 기본이고 300∼400통에 이르기도 한다"면서 "부재중 전화도 수백 통씩 쌓이니 피해자의 생활이 마비된다"고 했습니다.

김 소장은 "이런 생활 통제와 정서적 폭력이 나타나면 하지 말라고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하고, 고쳐지지 않으면 빨리 헤어져야 한다"면서 "연인이 또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도 흔들리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이별 과정은 쉽지 않기 때문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알리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좋다"면서 "생활 통제와 정서적 폭력 단계에서 빨리 헤어지지 못하면 살인을 포함한 물리적 폭력을 당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1970년 인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한 김 소장은 대학 학부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는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2014년 한국청소년자살예방협회를 창립해 정서적으로 힘든 청소년들을 도왔습니다.

2016년에는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를 만들어 교제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Q. 교제 폭력이란 무엇인가?

교제 시작 단계, 교제 중, 이별 후에 발생하는 모든 폭력을 말합니다. 심리적, 정서적, 언어적, 물리적, 경제적 폭력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Q. '데이트 폭력'이라는 말 대신에 갈수록 '교제 폭력'을 사용하는 추세인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의 연인 또는 과거에 연인이었던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강도가 점점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이런 폭력성이 '데이트'라는 단어가 갖는 낭만적 이미지 때문에 희석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가족부와 경찰은 2022년부터 '데이트 폭력' 대신에 '교제 폭력'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나도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라는 명칭을 '한국교제폭력연구소'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Q. 연간 교제 폭력 신고 건수가 작년에 7만7천 건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훨씬 많이 일어나고 있나?

신고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교제 폭력은 연간 40만∼50만 건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봅니다. 하루에 1천 건 정도입니다. 신고율은 20% 미만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Q.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가해자가 사랑하는 사람 또는 사랑했던 사람이기도 하고, 보복을 당할 수도 있어서 신고를 꺼립니다.

Q. 작년 교제 폭력 신고 건수는 2020년의 4만9천 건보다 50% 증가했다고 하는데, 교제 폭력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봐야 하나?

그렇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과거 보다 교제 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신고가 늘어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비해 비혼과 미혼, 이혼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과거의 가정 폭력이 이제는 교제 폭력으로 분류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과거보다 사람들이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기 욕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는데, 이는 교제 폭력이 늘어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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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교제했던 여성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이 2021년 12월 1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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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제 폭력의 첫 번째 단계가 연인의 생활을 통제하는 것인가?

생활 통제 대상은 옷차림, 화장, 머리모양, 말투, 휴대전화, 이메일, 사람과의 관계 등 다양합니다. 피해자가 불편하다고 말해도 가해자는 계속 지적하고 압박합니다. 이런 통제가 지속되면 피해자는 불안과 우울증을 겪고, 헤어진 이후에도 심한 트라우마로 고통받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를 강압적 통제로 규정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가중 처벌의 요인이 됩니다.

Q. 옷차림 통제 내용은 뭔가?

짧은 치마 대신에 긴 치마를 입으라고 합니다. 치마의 색깔은 검정, 회색, 흰색으로 제한합니다. 눈에 띄지 않는 색깔로 입으라는 것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치마는 무조건 안 되고, 바지만 입으라고 합니다.

Q. 왜 치마를 못 입게 하나?

다른 사람이 자기 연인의 다리를 쳐다보는 게 싫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Q. 얼굴 화장 통제 내용은 뭔가?

화려하게 화장하지 말라고 합니다. 얼굴 화장 중에 아이브로, 볼 터치, 마스카라, 립스틱 등 어떤 것이 가능한지 지정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립스틱의 색깔이 진하면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누굴 유혹하려고?"라고 하면서 화를 냅니다. 아예 화장 자체가 안되고 선크림이나 비비크림만 허용하는 남자도 있습니다. 비비크림은 얼굴색을 약간 밝게 하는 기초 화장품입니다. 이러니 연인한테 이건 되는지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화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Q. 언어적 폭력의 내용은 무엇인가?

욕설, 협박, 비하 등입니다. 인권과 자존감을 깎아내립니다. "너는 왜 이렇게 못생겼냐?", "너는 뇌가 없냐",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너처럼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을 어디서 만나느냐", "네 부모님이 너 같아서 너의 집이 그 모양이다", "당장 전화하지 않으면 너 죽이고 나도 죽는다" 등 욕설과 협박을 마구 합니다.

Q. 1시간 동안 욕설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10시간 동안 문자 보내고, 전화하고, 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루에 문자 메시지 200통은 기본입니다. 300∼400통이 오기도 합니다. 부재중 전화는 하루에 수백 통씩 쌓입니다. 이러니 피해자 일상이 마비됩니다. 어떤 가해자는 상대방을 앉혀놓고 하루 종일 욕하고 협박하고 회유합니다. 가스라이팅도 합니다. "네가 문제이고 네가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말합니다. 자기의 자취방 등에 감금하는 일도 있습니다. 피해자는 공포감에 사로잡히고 판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이런 일은 교제 폭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Q. 가해자가 마구 문자를 보내면 전화기를 꺼놓으면 되지 않나?

그러면 상대방이 더욱 흥분해서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회사 또는 집으로 찾아오거나 심지어 부모님 집으로 들이닥치기도 합니다.

Q. 길거리에서 폭언 등을 하는 사람도 있나?

어떤 여성은 길가에 서서 8시간 동안 그런 욕설을 듣고 있었습니다. 참다못한 그 여성은 행인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가해자는 "우리는 연인인데 그냥 좀 싸우고 있으니 신경 쓰지 말고 그냥 가시라"고 합니다. 행인이 이런 말을 들으면 신고하기 어렵습니다. 잠깐 그 장면을 본 것이기에 그 상황이 얼마나 지속됐는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Q. 경제적 착취도 교제 폭력이라고 하는데, 그 구체적 내용은 뭔가?

돈을 꿔달라고 하고는 갚지 않습니다. 신용카드를 달라고 해서 자기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금액이 처음에는 몇십만 원으로 시작해서 수백만 원이 되고, 나중에는 수억 원으로 불어납니다. 대출뿐 아니라 사채를 끌어다가 돈을 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Q. 연인에게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주나?

사랑하는 사람이 "빨리 빚을 갚아야 한다", "가게를 내야 한다", "우리 집에 문제가 생겨서 혼자 살 방을 구해야 한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합니다. 피해자가 어렵다고 하면 "내가 지금 형편도 어려운데 좀 도와줘라. 1년이면 크게 일어날 수 있어. 그러면 너는 직장 안 다녀도 돼. 그때 우리 결혼하자"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렇게 매달리면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Q. 피해자 부모님들은 이런 일을 모르나?

20대, 30대의 경우 부모님들이 신용카드 명세서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당연히 난리가 납니다. 어렵게 부모 도움으로 헤어져도 빌려준 돈을 받기 어렵습니다.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것입니다. 경제적 착취는 30대 이하의 젊은 층보다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더 많이 일어납니다. 가진 돈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Q. 연인한테 경제적 착취를 당한 사람도 트라우마를 겪나?

인생이 다 꺼져버린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떤 누구도 만나려 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새 연인을 선택한다면 1순위로 보는 것이 상대방의 경제적 안정입니다. 그들에게 연인의 외모나 스펙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Q. 생활 통제, 정서적 폭력을 겪으면 바로 헤어지면 될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못하나?

생활 통제 단계에서 헤어지기가 어렵습니다. 짧은 치마를 입지 말라는 것은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언어폭력을 비롯한 정서적 폭력 단계에서도 이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해자가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이 없을 거다", "정말로 사랑한다", "한 번만 기회를 달라" 등의 말을 하면서 용서를 빌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는 연인에게 아직 사랑과 연민이 있고, 자신이 아니면 그 사람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흔들립니다. 이런 식으로 정서적 폭력과 용서가 반복되고, 이는 물리적 폭력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가해자는 사과→애걸→맹세→협박→살인 등의 단계를 밟을 수 있습니다.

Q. 연인으로부터 생활 통제, 정서적 폭력을 받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게 하지 말라고 단호히 말해야 합니다. 그런 행위가 불편하다고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도 고치지 않으면 빨리 헤어지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물리적 폭력단계로 넘어가면 훨씬 위험해집니다.

Q. 이별하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한데, 어떻게 해야 하나?

어려운 일입니다. 상대방이 집착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혼자 행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는 게 좋습니다.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족들은 갑자기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상황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사진=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 촬영,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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