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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건축계 '한강 작가' 찾겠다"…'한 달' 간 펼쳐진 서울건축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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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총감독 김호민 건축가 "스타가 사회적 다양성에 기여"

"도시를 바꾸는 것이 좋은 건축…몰입형 전시로 접근해야"

뉴스1

김호민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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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시민의 거리를 좁히다 보면 언젠가 국내에서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를 받는 '제2의 한강'이 나오지 않을까요? 궁극적으로 시민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건축 철학을 바탕으로 나만의 '좋은 집'을 찾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뉴스1) 박우영 박세연 기자 = 국내 도시건축 분야 최대 축제로 손꼽히는 '서울건축문화제'가 16회째를 맞았다. 지난달 2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올해 전시는 여느 건축전과 달리 시민 관람객의 '몰입'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뒀다. 관습화된 전시 방식인 도면·사진·영상은 물론 관객이 참여하는 '건축가의 책상' 등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복잡한 것을 보기 싫어합니다. 갑자기 어려운 것을 들이밀면 보지 않는 시대인데, 언제까지 도면만 보여주며 흥미를 끌 수 있을까요. 앞으로는 건축도 점차 몰입예술의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문화제 총 감독을 맡은 김호민 건축가는 몰입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시 주제를 '집(集): 사람은 집(集)을 위해 집(家)을 만든다'로 설정한 것도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서다. 모을 집(集) 자는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는 의미, 집 가(家) 자는 사람이 살아가는 집이라는 의미다.

김 감독은 "건축이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하고 싶어 건축이라는 추상적 어휘 대신 집이라는 구체적인 단어를 썼다"며 "건축이 삶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동물로서 우리가 서로를 초대하기 위해 하는 행위라는 의미도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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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민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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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몰입을 유도하기 위해 건축가들의 창작 과정을 한 편의 서사로 만들었다. 문화제 대표 콘텐츠인 '서울시 건축상'의 수상 작가 9명의 작업 테이블을 고스란히 옮겨와 시민들이 건축가의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김 감독은 "모차르트의 음악이 왜 좋은 음악인지 알 수 없을 때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면 그의 음악이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창작자에 대한 이해가 곧 건축에 대한 이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처럼 세계적인 건축가, '건축계의 한강'을 발굴하는 것이 문화제의 주요 취지이기도 하다"며 "작품 뿐만 아니라 그 창작자들에게도 빛을 비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축계가 스타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뭘까. 김 감독은 한 명의 아이콘이 자기 분야를 세상에 알림으로써 사회에 '건강한 다양성'이 자리잡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아이들마저도 획일화된 꿈을 갖는 시대지만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작가를 꿈꾸게 된 아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프리츠커' 상을 수상하는 국내 건축가가 나오면 스포트라이트가 건축으로 향하며 우리 사회에 선택지 하나가 더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생각이 다양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며 "모두가 같은 부동산에 살아야만 할 것처럼 느끼는 사회보다는 각자의 기준을 갖고 사는 사회에서 우리의 정신이 덜 피폐하고 풍요로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친근한 건축'을 강조하는 김 감독은 건축물을 평가할 때도 실제 주민의 삶에 미친 영향력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

그는 "건축은 도시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도시 전체를 바꿔나간다"며 "의식주라는 말이 있듯 먹는 것이나 입는 것만큼 우리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고 소개했다.

올해 '서울시 건축상' 심사위원들은 김 감독과 관점을 같이 하며 지역의 삶의 양식을 크게 바꾼 건축물들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대상 수상작 '클라우드'가 대표적인 예다.

'클라우드'는 누구나 '건축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올릴 법한 장대한 구조물이 아니다. 시장의 골조는 그대로 두되 비닐로 든 반투명 지붕을 덧씌워 상인들이 비·바람을 피하며 햇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김 감독은 "전통적인 건축적 관점에서는 지붕만 만들어서 대상을 수상하기는 어렵다"며 "클라우드의 수상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처럼 완결된 건물을 짓는 것에서 도시의 일부로서 기능하는 것으로 건축의 역할이 바뀌어 나가고 있다는 징표"라고 평가했다.

또 "클라우드는 대단한 건축물을 세우지 않고도 건축물이 지역을 완전히 바꾼 모범 사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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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민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 2024.11.5./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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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감독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김 감독은 앞으로 문화제가 몰입적 요소를 과감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건축물에 직접 가보는 것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간접적으로나마 건물에 들어가는 '경험'을 안겨줘야 한다"며 "물리적으로 시간이 들고 실험성 탓에 비판도 받겠지만 앞으로의 건축 전시는 관객에게 '체험'을 선사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건축문화제에는 총 3만 7000명의 시민이 방문했다. 서울시는 건축상을 재차 공모해 내년 이맘때 17회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김 감독은 "건축 문화제를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한 것 자체가 성과"라며 "지자체는 물론 많은 시민이 건축과 건축 문화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한 달여간의 소감을 전했다.

alicemunr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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