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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성남FC’ 재판부, 주임검사 법정서 내쫓아…“1일짜리 직무대리는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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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남FC 사무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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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재판부는)검사 정승원에게 퇴정을 명한다.”



성남에프시(FC) 의혹 사건 재판에서 공소를 지휘하는 주임검사가 법원의 명령으로 퇴정을 당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관할 검찰청이 아닌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가 공판기일마다 ‘1일 직무대리’ 형태로 발령을 받아 공판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검찰청법과 검찰근무 규칙을 어겼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1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허용구) 심리로 열린 두산건설·네이버 전 임원, 전 성남시 공무원, 전 성남에프시 대표 등에 대한 뇌물공여, 뇌물 등 혐의 사건에서 재판장은 정승원 주임검사에게 퇴정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관할이 아닌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가 이 사건 공판 때마다 직무대리 명령을 받아 법정에 오고 있는데, 이는 검찰청법 5조와 검찰근무 규칙 제4조를 위반한 것”이라며 “검찰에 스스로 수정하기를 요청했음에도 시정 조처하지 않았고, 시정할 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의 위법 상태를 사회의 이목이 쏠리는 이 법정에서 그대로 용인하는 것은 재판의 존엄과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청법 제5조는 ‘검사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검찰청의 관할구역에서 직무를 수행한다. 다만, 수사에 필요할 때는 관할구역이 아닌 곳에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검찰근무 규칙 제4조에서 정한 직무대리 발령은 직무수행상 필요하고 또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그 관할에 속하는 검찰청의 검사 상호간’에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검사들은 ‘검찰총장은 전국 검찰청을 관할하고 있으므로 다른 검찰청 소속 검사들 상호간에도 직무대리 발령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총장에게 검사 개인에 대한 인사권이 없는 점, 검찰청법에서 정한 관할을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합당한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검사는 “재판부의 소송지휘권 남용이며, 공소 진행을 방해하는 자의적 해석이 명백하다”며 즉각 이의신청하고, 재판부 기피 신청도 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재판부에 휴정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나머지 공판 참여 검사들과 함께 집단 퇴정했다.



이에 재판부가 10분간 휴정한 뒤 공판을 속행했으나, 성남지청 소속 검사가 “(주임검사)검사에게 공판에서 손을 떼라는 것은 이 사건 입증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밝히고는 이날 법정에 나온 검사들이 모두 퇴정했다.



정 검사는 부산지검 소속으로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 재판이 열리는 날 ‘1일 직무대리’ 형식으로 발령받아, 공판 직무를 주도해 왔다.



한편, 성남에프시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6년께 네이버·두산건설·차병원그룹 등에 토지 용도변경 등 특혜를 제공하고 시민구단으로 운영되던 성남에프시 구단에 후원금 133억원을 내게 했다는 내용이다. 네이버 등 기업 임원 등 7명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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