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디코리아 누리집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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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중국기업 로고를 붙인 전기 승용차가 처음으로 국내 도로를 달린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가 출사표를 내고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과 광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실력을 쌓은 중국 전기차가 이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현대차그룹의 ‘본진’에 상륙을 예고했다.
비야디의 한국 법인인 비야디코리아는 13일 “비야디 브랜드의 승용차를 한국에 공식 출시할 것”이라며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지역별 승용차 판매 및 서비스망 구축, 인력 채용, 차량 인증 등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비야디는 중형 승용차 ‘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 소형 해치백 ‘돌핀’의 국내 출시를 위한 환경부 등 정부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비야디는 국내 언론사 기자들과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 등을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비야디 본사로 초청해 ‘바람몰이’에도 나선다.
중국산 전기차의 한국 시장 진입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비야디는 앞서 2016년 국내 시장에 처음 진출해 전기 지게차·버스·트럭 등 주로 상용차를 팔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전기차를 내놓는다. 이전에도 ‘동풍소콘’ 등 중국 내연기관차가 국내에서 판매된 적 있으나, 소비자 호응이 낮았다.
이번엔 다르다. 비야디는 중국의 ‘전기차 굴기’의 대표 주자로 전 세계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른 데 이어, 최근엔 미국 테슬라의 분기 매출(올해 3분기 기준)도 뛰어넘었다. 시장조사업체 에스엔이(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누적 기준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에서 비야디(플러그인 하이브리드·상용차 포함)는 22.3%로 2위인 테슬라(11.0%)를 2배 남짓 앞섰다.
비야디의 장점은 ‘가성비’가 꼽힌다. 비야디는 배터리 셀부터 시작해 모터까지 70% 이상의 부품을 회사 내부에서 직접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했다. 한국무역협회가 9월에 낸 ‘중국 전기차 혁신전략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비야디는 지나친 자동화 설비 도입 보다 효율적 노동 투입을 통해 저렴한 생산원가도 실현하고 있다. 국외 시장 개척을 위해 만든 자동차 운반선도 항해를 시작했다. 올해 중국 모터쇼에 다녀온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현지에서 중국 전기차들의 제품 경쟁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마치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신생 기업)처럼 현지 전기차 회사 수백 개가 내연기관을 건너뛰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경험을 쌓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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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경쟁력을 높인 중국산 전기차가 물밀 듯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 유럽 등이 관세 장벽을 높이자, 비야디 등 중국 업체들이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려 한국 공략도 본격화한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기차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미국·유럽산 자동차와 달리 관세 8%를 부과한다. 여기에 물류비, 중간 판매 마진 등을 붙이면 중국 현지 판매가격보다는 가격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출고가 3천만원 내외를 예상하지만, 국내 시장 첫 진출인 만큼 ‘밑지고 파는’ 전략적 가격 책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산 제품을 향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비야디가 가성비 있는 가격을 책정할 경우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비야디 진출을 신호탄으로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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