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북한 땅에 자유의 기운을”…‘통일 독트린’이 불러온 남북 ‘삐라 대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쿠오바디스, 윤석열 정부]④사라진 평화

북한, 30차례 오물풍선 보내…대북 전단 맞대응

‘적대적 두 국가’와 ‘통일 독트린’ 충돌의 축소판

접경지역 재산 피해와 남북 군사 충돌 가능성

경향신문

‘납북자 가족 모임’이 대북 전단 살포를 예고한 지난 10월 31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6·25전쟁 납북자기념관에서 민통선 주민들이 대북 전단 살포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3개월 뒤인 2022년 8월 북한에 선제적 핵 포기를 요구하는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북한은 즉각 퇴짜를 놨다. 북한은 오히려 그해 9월 핵 보유를 법으로 정하며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협상도 없다”고 명토 박았다. 나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했다. 남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임을 부정한 것이다.

북한은 2019년 이후 국가전략 방향을 바꿨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그해 2월 미국과 핵 협상에 실패한 게 계기였다. 미국 중심적 세계 질서에 편입되려는 기대를 접는 대신 세계질서가 신냉전 또는 다극화될 것이란 전망 하에 러시아로 눈을 돌렸다. 동시에 협상카드이자 정권 유지 수단인 핵과 핵을 운반하는 미사일을 발전시켰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통일 독트린’으로 응수했다. “북한 주민이 자유평화 통일의 주체”라는 독트린은 사실상 ‘북한 주민이 정권 붕괴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남한이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과 인권을 강조했다.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이후 보수 정부의 대북정책 배경이었던 ‘북한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론’과 다를 바 없다.

이 과정에서 대북 전단(일명 삐라)과 오물 풍선 갈등이 나타났다. 민간단체가 보낸 대북전단에 맞대응하겠다며 북한이 지난 5월 28일부터 보낸 풍선은 지난달 24일까지 30차례 계속됐다. 남한은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지난 6월 4일),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실시(지난 7월 21일)로 맞섰다.

군사적 충돌 위험은 날로 커졌다. 특히 지난달 평양 상공에 무인기(드론)가 출현하면서 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북한 지도부는 날아오는 무인기를 격추하고, 이로 인해 남북 충돌이 확대될 경우까지 대비하라고 접경지역 부대에 지시했다. 무인기 침투가 남한의 소행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윤 대통령은 “대응할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 정부는 풍선 살포의 명분이 되는 대북 전단을 막을 의지가 없다. 통일 독트린에서 강조한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 방안 중 하나가 전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풍선으로 인한 여러 차례의 화재와 재산피해, 북한 대남 방송으로 인한 접경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피해 호소는 후순위로 밀렸다. 대북전단 살포가 항공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전단과 풍선으로 인한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이라는 북한의 입장과 “북한 땅에 자유의 기운을 불어넣겠다”(윤 대통령)는 남한의 입장 차이가 좁혀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민들의 피해와 군사 충돌 위험은 지속된다는 의미다. 남북은 2014년 이미 대북전단 살포를 기화로 총격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경향신문

북한이 지난 6월 1일 살포한 오물 풍선이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발견됐다. 독자제공=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