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비출산·비연애·비섹스 줄인 '4B'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등장
미국 내 지속 여부엔 회의적 시각
지난 5월 17일 오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일대에서 서울여성회 등 주최로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8주기 추모행동이 열렸다. [사진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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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B는 비혼·비출산·비연애·비섹스를 줄인 말로, 한자인 '아닐 비(非)'를 같은 소리의 영문자 'B'로 대체해 표현한 용어다. 4B 운동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국내 2030 여성들 사이에 나타난 '저항 운동'이다. 데이트 폭력, 화장실 불법 촬영 등 여성 대상 범죄가 잇따르자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생존권 불신 분위기가 젊은 여성들 사이에 형성됐다.
이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은 한국 여성이 주체적인 삶에 대한 의지가 있더라도 가정 내 노동력 착취, 국가의 출산 강요 등을 정상으로 여기는 남성 중심적인 국내 환경에서 여성은 피지배계급에 위치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계급 구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일부 여성들이 모여 4B 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결혼·출산·연애·성관계 등 네 가지 행위는 여성을 재생산 도구로 삼는 이성애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의무와 같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들은 이성애적 사유가 정한 여성성을 강력히 거부한다. 그리고 이성애 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난 비혼 여성 커뮤니티와 운동 참여자들 간 레즈비언 관계를 긍정한다. 이는 가부장제와 남성이 제시하는 성 범주에서 완전히 탈피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NBC 뉴스가 설명하는 4B 운동 [사진출처=NBC News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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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서 '4B 운동' 단어 검색량은 미국 대선 직후 5000% 이상 급증했다. 선거 다음 날인 6일에는 미국에서 7번째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에 올랐다. 지난 8일 미국 NBC는 4B를 한글 그대로 영어로 읽은 비혼(Bihon)·비출산(Bichulsan)·비연애(Biyeonae)·비섹스(Bisekseu)라고 소개한 뒤 뜻을 설명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미국에서 한국의 4B 운동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정치적 갈등과 성별 간 분열이 주요했다고 분석했다. 남녀 간 임금 격차 같은 경제적 문제로 4B 운동이 대두한 한국과는 배경이 다르다고 전했다. 낙태권에 반대하고 여혐 발언을 쏟아내 온 트럼프의 당선을 미국 여성들은 '여성 인권의 후퇴'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에서 4B 운동이 지속할지 여부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캐서린 문 웰즐리대 정치학 교수는 "4B 운동은 트럼프와 그의 집권으로 불안정해진 여성의 상황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일시적인 수단"이라며 "한국에서와 달리 남성 없는 삶의 방식에 대한 전적인 헌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주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젠더학 교수도 "4B 운동이 지나치게 성별 이분법에 의존하고 있고, 많은 여성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이 운동이 미국에서 주류가 될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다만 "4B 같은 특정 운동은 아니더라도 성평등을 향한 투쟁이 미국만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인식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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