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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환율 조작땐 더 높은 관세···중국산 필수품 수입 4년내 중단"[트럼프 2.0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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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집 '어젠다47' 살펴보니]

"관세엔 관세" 상호무역법 법제화

주요 인프라 등 中소유 제한 추진

항공 모빌리티 산업 장려도 시사

"취임 첫날만큼은 독재자 될 것"

트럼프 행정명령 무더기 서명할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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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유세 중 공약과 관련해 과장을 많이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0월 10일(현지 시간)에는 멕시코산 자동차에 100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더니 15일에는 돌연 2000%를 매길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런 가운데 그가 대권을 준비하며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브리핑한 공약집 ‘어젠다47(47대 대통령으로서 펼 정책)’은 트럼프가 실제로 도입할 정책의 뼈대라는 점에서 진지하게 살피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젠다47’은 선거운동에 본격 들어가기 전인 2022년 말부터 2023년 말까지 1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짜임새 있게 구성됐다. 국내 외교안보 싱크탱크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2기에서 펼칠 주요 정책은 ‘어젠다47’을 보면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다”고 짚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전 세계에 10~20%의 보편관세에 더해 환율과 관세를 연동시키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부분의 외국 제품에 보편적인 관세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것”이라며 “여기에 더해 외국이 자국 통화를 얼마나 평가절하하는지 혹은 환율을 조작하는지에 따라 관세가 점진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보편관세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환율 평가절하를 시도할 수 있는데 이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그만큼 우리 외환 당국의 운신의 폭도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상호무역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도 공언했다. 가령 A라는 제품에 대해 외국이 미국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대통령이 외국과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인도, 중국 등 다른 나라가 미국산 상품에 100% 또는 200%의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 역시 정확하게 같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눈에는 눈, 관세에는 관세”라고 강조했다. 이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아니라 의회를 통과한 법을 통해 뒷받침할 방침인 만큼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을 차지했고 하원에서도 과반을 차지할 것이 유력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되찾을 것”이라며 대(對)중국 정책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전자제품에서 철강, 의약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필수 상품의 중국 수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4개년 계획을 채택해 일자리를 다시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제3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안도 막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중국 의존도 축소를 거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필수의약품의 최대 생산국이 중국”이라며 “이는 단순히 공중보건 위기가 아니라 국가 안보의 위기”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관세와 수입 제한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모든 필수의약품의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릴 것”이라며 “2020년 내가 내린 행정명령 13944호를 복원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연방기관이 필수의약품 및 의료기기를 구매할 때 미국산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밖에도 “에너지·기술·통신 등 미국 내 모든 중요 인프라에 대한 중국의 소유를 막는 적극적인 제한 정책을 펴야 한다”며 “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막고 중국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새로운 전략적 국가 제조 이니셔티브를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현재 미국은 국내 생산자를 처벌하고 외주 생산자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제는 국내 생산에는 보상을 제공하고 외국 기업에는 세금을 부과하는 새로운 방식의 보편관세 시스템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적으로 육성할 산업 분야로는 “미국이 지난 세기에 자동차 혁명을 주도했던 것처럼 중국이 아닌 미국이 항공 이동성 혁명을 주도하게 하고 싶다”며 항공모빌리티 산업을 장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이 같은 공약을 바탕으로 ‘데이 원(Day 1·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에 무더기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스스로 “취임 첫날만큼은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던 만큼 권력이 가장 강력한 취임 초반에 핵심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가 더 이상 재선에 도전할 수 없는 데다 2년 후 중간선거 이후 권력이 약해질 수 있는 만큼 임기 전반기에 주요 정책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이 불법 이민자 추방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선 불복 시도와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을 기소한 잭 스미스 연방 특별검사를 해임하고 1월 6일 의사당 난입 사건 관련자를 사면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이밖에 파리기후협약 탈퇴, 트랜스젠더 학생 보호 조치 철회 등이 취임 첫날 취할 행정명령으로 꼽힌다. 특히 트럼프 2기 정책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기 위해 연방정부 내 기득권 집단을 의미하는 ‘딥 스테이트(deep state)’ 대량 해고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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