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로 반도체 불확실성 제거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10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왜 AI와 반도체를 함께 이야기하는가'에서 고동진 의원으로부터 반도체 웨이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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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 인력은 주 52시간 근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된 여당의 반도체특별법안이 11일 국회에 발의됐다. 보조금 등 재정지원 근거를 담은 조항도 법안에 들어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 협의를 거쳐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도 앞서 반도체 지원에 아낌없이 협조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피력한 바 있다. 지금이야말로 협치로 모범을 보일 때다. 반도체 지원에 여야가 따로 있을 이유가 없다.
세계 주요국들이 반도체 기업 유치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천문학적 보조금과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한참 늦은 게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나서지 않으면 낙오자 신세를 면치 못한다. 정부와 여당도 이를 감안해 법안을 마련한 것인데 늦은 만큼 이제 사력을 다해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여당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발의한 법안을 보면 대부분 세액공제 확대에 집중됐다. 당론으로 정한 이번 법안에는 당사자 합의를 전제로 R&D 인력의 유연근무나 보조금 지원 등 업계의 오랜 요구들을 두루 다루고 있어 이전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근로시간 활용이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미국, 일본, 대만의 경우 R&D 인력들은 바쁜 기간엔 밤새 일하고 휴식시간을 원할 때 쓴다. 하지만 국내에선 경직된 근무제도로 그럴 수 없었다.
개발진이 더 일하고 싶어도 강제로 칼퇴근을 해야 하니 이러고 해외 경쟁사를 이길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외국에선 기술개발 인력뿐만 아니라 고위 관리직과 전문직, 고소득자를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면제제도'가 있다. 미국이 1938년 도입했고, 일본은 2018년부터 이를 시행 중이다. 주 40시간 근무가 원칙인 대만도 노사 합의하에 하루 근무를 최대 12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 기술개발 속도전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현행 근로시간제를 손보는 일이 필수일 수밖에 없다.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은 것은 긍정적이긴 하나 권고 수준인 것은 아쉽다. 현재 정부는 국책금융기관을 통해 반도체 기업에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있지만 특혜 논란으로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규제를 완화해 '지원할 수 있다'로 방향을 틀었지만 강제력이 없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향후 더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번에 빠진 R&D 시설·장비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조치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1%인 이 세액공제율을 반도체 생산시설 세액공제율(15%) 수준까지 올려줄 것을 제안했지만 세수 부담에 정부가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미국은 R&D용 설비투자에 25%, 대만은 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지원책을 참고해 추후에라도 상향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반도체 산업 환경은 극도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2기 국내 첨단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막대한 인센티브가 지켜질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정부가 막후 외교력을 발휘해 우리 기업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자체적으로 파격적 지원책까지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거듭된 언급이지만 지금도 많이 늦었다. 야당의 협조도 절실하다. 반도체 지원이 결국 민생이고 경제 살리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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