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2’.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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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보다 거대하고 화려하다. 심장을 쫄깃하게 조이면서 물 흐르듯 유연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러나 상처받은 짐승처럼 처연하면서도 거칠게 포효하고, 고귀한 아름다움과 진중한 리더십으로 빛나던 막시무스(러셀 크로)의 카리스마는 어디에?
13일 국내 개봉하는 ‘글래디에이터2’의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난달 25일 화상 간담회에서 “감독으로서 할 일은 캐스팅을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 두편의 장편 영화를 찍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애프터썬’)에 오른 폴 메스컬을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이 캐스팅이 결국 성공인지는 개봉 이후 흥행 성적이 판가름할 터이다.
24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검투사 막시무스가 콜로세움에서 세상을 떠나고 20여년 뒤 게타와 카라칼라 형제 황제가 학정을 하던 3세기 로마를 배경으로 한다. 잔인한 두 황제 아래서 로마의 영토 확장 전쟁을 묵묵히 수행하던 아카시우스(페드로 파스칼)의 군사에 루시우스(폴 메스컬)는 아내와 모든 걸 잃고 포로가 된다. 돈과 비상한 머리, 야심을 지닌 마크리누스(덴절 워싱턴)는 검투사로서 루시우스의 남다른 실력을 알아보고 그를 이용해 중앙 권력으로 진출할 꿈을 꾼다.
영화 ‘글래디에이터2’.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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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은 1편과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1편에서 독재자 콤모두스(호아킨 피닉스)의 누이로 등장했던 루실라(코니 닐센)가 다시 나온다. 2편에선 루실라와 잃어버렸던 아들 루시우스의 재회가 뼈대를 이룬다. 모자는 왜 헤어지게 됐고, 루시우스는 막시무스와 어떤 관계인지, 영화는 1편 장면들을 교차하며 설명한다.
대개 속편이 그러하듯 제작비 3억달러를 들인 2편의 액션 장면은 1편보다 훨씬 커졌다. 영화 시작과 함께 아카시우스가 이끄는 수많은 배가 벌이는 해전부터 대작의 스케일과 현실감을 장착했다. 가장 힘을 준 건 역시 콜로세움의 전투다. 야생 동물과의 싸움, 진짜 콜로세움의 60% 사이즈로 지은 세트장에 물을 채우고 재현한 ‘살라미스 해전’은 시각적 쾌감과 함께 루시우스가 리더로서 책임을 자각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백미라 할 만한 살라미스 해전 장면에선 87살 나이가 믿기지 않는 리들리 스콧의 뚝심이 빛난다.
영화 ‘글래디에이터2’.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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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1편에서 담았던 감정의 깊이까지 파고들지는 못한다. 1편에서 관객의 마음을 흔든 건 막시무스의 승리가 아니라, 그가 밀밭을 쓰다듬으며 걸어가는 모습으로 표현된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었다. 모든 걸 잃어버렸지만 인간으로서 품위는 잃을 수 없었던 막시무스의 고뇌에 찬 모습도 캐릭터의 입체성을 강화했다.
외모만 보자면, 고대 로마 동전의 부조를 떠온 듯 이마에서 콧날까지 일자로 곧게 뻗은 루시우스 역의 폴 메스컬은 로마인의 현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막시무스의 카리스마에 비하면 루시우스의 용기와 고뇌는 어린아이의 것처럼 보인다. 아이를 잃은 아비의 슬픔을 간직한 막시무스보다 젊은 청년으로 구축된 캐릭터 탓도 있을 듯하다. 대신 덴절 워싱턴이 연기한 마크리누스가 선악을 넘어서는 독특한 캐릭터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이야기에 새로움을 입힌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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