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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제2의 한강 나오려면 번역대학원 꼭 설립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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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 원장은 “번역대학원이 한국문학을 알리는 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사진 한국문학번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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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원의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작가가 한강 작가입니다. 한 작가의 책을 28개 언어로 번역하는 데 8억5000만원, 해외 문학 행사와 도서 전시회에 한 작가를 파견하는 데 7000만원을 썼습니다.”

전수용 신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11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한국문학번역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번역대학원 설립 등 핵심 사업에 필요한 예산 지원을 촉구했다. 지난 8월 5일 취임한 전 원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11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전 원장이 발표한 핵심 과제는 ▶한국문학 번역대학원 설립 ▶한국문학 해외 담론 형성 ▶글로벌 문학 네트워크 강화 등 세 가지다.

전 원장은 이날 번역원의 숙원 사업인 한국 문학 번역대학원 설립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번역대학원 설립 법안은 과거 두 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모두 무산됐고, 이번 국회에서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문학진흥법 개정안)로 다시 논의 중이다. 핵심은 교육부 허가를 통해 기존 아카데미 과정을 정식 석·박사 학위과정으로 전환하고 전임 교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현재 번역아카데미 정규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연 30명 안팎의 수료생 중 80~90%가 원어민입니다. 수료생의 법적 지위가 열악해 번역 업무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학위 과정이 없기 때문에 본국에 돌아가서 학교나 다른 기관에 취직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전 원장은 한국문학의 범주에 대해서는 “최근 번역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확장됐다”며 “(번역대학원의) 분야도 K-콘텐트, 웹소설까지도 망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전 원장은 기존의 통번역대학원과 한국문학번역대학원의 기능이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번역대학원 졸업생들은 주로 비문학 통·번역으로 진출하고 한국어를 외국어로 옮기는 일보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일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문학에 특화된 번역을 가르치고 한국어를 영·독·불어 등 7개 언어로 옮기는 법을 가르치기 때문에 활동 영역이 거의 겹치지 않습니다.”

번역원에 따르면 대학원 설립에 필요한 예산은 약 85억원. 기존 한국문학번역원 아카데미 예산(27억원)에 더해 약 58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추가 확보된 예산은 학사운영비, 임대료, 전임교원 인건비 등으로 쓰겠다는 것이 번역원의 계획이다.

이어 전 원장은 세계 문학 시장에서 한국 문학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전 세계의 문학 연구자와 번역가, 출판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포럼을 내년 하반기 중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또 한국문학 비평집 기획 번역 출간과 현지어 저술 지원을 시작하고, 지난해 예산 삭감으로 중단된 해외의 일반 독자 대상 한국문학 리뷰 대회를 재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 원장은 이날 한국문학의 최근 성과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번역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한국문학의 해외 누적 판매 부수는 약 195만부다. 특히 지난해에는 54만부가 판매돼 전년(44만부) 대비 23% 늘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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