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 해법' 무력화... "팔레스타인 이주 돕겠다"
"트럼프 지지 의심 없어"... 미, 서안 합병 승인 기대
1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희생자 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칸유니스=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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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서안자치구 행정 책임자를 겸하고 있는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서안지구 합병 준비를 시작하라고 행정부에 지시했다.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넘겨줬던 서안지구 주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전제로 국제사회가 합의한 ‘두 국가 해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움직임이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가자지구 인도주의 지원 요구는 무시하고, 가자와 레바논을 연일 공습하는 등 11·5 미국 대선 후 ‘마이 웨이’ 고집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11일(현지시간)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과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에 따르면 극우 성향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취임(내년 1월 20일) 전까지 서안지구를 합병할 준비를 하라고 명령했다.
스모트리히 장관의 이번 조치에는 트럼프 당선자가 서안지구 합병을 승인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첫 임기 때 용기와 결의를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미국 외교 노선과 국제사회 합의를 깨고 트럼프 당선자가 집권 1기 때인 2018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일을 거론하면서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에 반대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두 국가 해법’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스모트리히 장관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시 이스라엘의 존재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데 연합정부와 야권이 널리 공감하고 있으며, 2025년은 서안 주권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 의지를 꺾지 않는 팔레스타인은 아랍 국가나 다른 나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공격이 나흘째 이어진 8월 31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서안지구 북부 도시 제닌의 난민캠프에 늘어선 장갑차 옆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제닌=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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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요르단강 서쪽 지역인 서안지구(웨스트뱅크)를 점령했다. 이후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곳에 계속 자국민 정착촌을 세웠다. 서안에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하는 것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전 집권 시기인 2020년 강하게 추진했던 사안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소개 작전도 밀어붙이고 있다. 무기 공급 중단까지 경고하며 30일 내로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라고 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최후통첩’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 식량은 2만5,155톤으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가자 국경을 통과한 구호품 트럭은 하루 평균 57대였다. 미국이 요구한 하루 350대에 턱없이 못 미친다.
종전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중남부를 집중 공격해 최소 37명이 사망했다. 레바논 공습도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레바논 북부 야쿠브에서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최소 3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야쿠브는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이 공습한 레바논 최북단 지역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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