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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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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러·북한군, 10분 간격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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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 일대서 국지전 시작… 5만명 집결… 대규모 교전 임박

조선일보

지난 9일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이 대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 헤르손 지역의 후방 사격장에서 러시아군 병사가 로켓유탄발사기(RPG) 조작 연습을 하고 있다. 1만 명이 넘는 북한군이 러시아 본토의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인 쿠르스크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세 수위가 쿠르스크를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 /TASS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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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주(州) 일부를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러시아의 집중 공세가 시작됐다고 우크라이나 매체들이 11일 보도했다. 키이우포스트와 리가넷 등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이날 자국군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쿠르스크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하고,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세를 급격히 강화하고 있다”며 “쿠르스크 탈환을 위한 러시아군의 본격 공세가 막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엔 현재 총 4만5000~5만명의 러시아 병력이 집결했으며, 이 중엔 북한이 파병한 제11군단(폭풍군단) 소속 1만2000명의 병력도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군은 지난 7일부터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중이다. 리가넷은 “일부 지역에서는 10~15분 간격으로 러시아군의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 이곳을 기습 공격해 한때 서울 두 배에 달하는 면적(1300㎢)까지 점령하며 러시아에 타격을 입혔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자국 영토를 점령당한 것은 처음이었다. 러시아는 이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후방 예비 병력을 계속 투입해왔고, 1만명이 넘게 파병된 북한군도 이곳으로 보내졌다.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명령 즉시 전개될 대규모 혈전(血戰)에 ‘총알받이’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우리 군이 쿠르스크에서 5만명에 가까운 적군과 대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 간의 전투는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이 매체들은 전했다. 키이우포스트는 러시아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군과 러시아군 간 소통 문제가 여전해 (훈련과 작전 등의) 진전이 어렵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약 1만명의 북한군이 (소총과 수류탄 등) 개인 화기와 소구경 박격포로 무장하고 배치됐다”며 조만간 전면 투입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지난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쿠르스크 지역을 둘러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투는 급격히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가 “(내가 취임하면) 24시간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 실현시키기 위해 종전 또는 휴전 협상을 밀어붙일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현재 양측의 전선을 동결한 상태에서 경계선이 정해질 가능성이 높고, 이미 이러한 종전안이 트럼프에게 보고됐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2기가 공식 출범하는 내년 1월 20일까지 약 두 달간 단 한 치의 땅이라도 더 가져가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격전(激戰)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러시아군의 공격은 큰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키이우포스트는 “러시아 정예 해군보병여단과 공수부대가 지난 7일부터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 노바야소로치나와 포그레브키 마을 근처에서 우크라이나군에 공세를 퍼붓고 있으나 격퇴되고 있다”고 전했다. 노바야소로치나 인근에선 러시아군 제810해군보병여단이 최신 ‘BTR-81A’ 차륜형 보병전투장갑차를 대거 투입해 공격해 왔다. 그러나 대부분이 우크라이나군이 매설한 지뢰밭에 막히거나 우크라이나군 전차포와 자주포망에 걸려들어 파괴됐다.

포그레브키 서쪽에선 러시아 제51공수연대가 탱크와 장갑차, 전투 차량을 대거 동원해 공격해왔으나 우크라이나군 제47기계화여단의 M1 에이브럼스 탱크와 M2 브래들리 장갑차에 차례차례 격파됐다고 키이우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계속 병력을 투입, 조금씩 우크라이나군 방어선에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가넷 등은 “러시아군이 막대한 손실에도 계속 병력을 실은 전투 차량을 보내고 있다”며 “살아남은 일부 병력이 버티고 있으면 그곳으로 추가 병력이 투입되고, 거기서부터 또 전진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군이 지난해 중반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활용해 온 ‘보병 중심 강습대대 전술’이다. 총알받이나 다름없는 ‘일회성 보병(disposable infantry)’을 계속 투입해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을 약화시키고,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방어선(지뢰밭과 참호 등) 위치와 취약점을 파악한다. 이후 러시아군 정예 병력을 투입, 지칠 대로 지친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낸다. 이 전술은 러시아의 민간 용병 집단 바그너그룹이 개발해 러시아군에 전수했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전역에서 모집한 4만여 명의 죄수들로 부대를 구성한 뒤 ‘일회용 보병’으로 소모했다. 격전지 바흐무트 등에서 100명 중 2~3명꼴로 살아남았다고 알려졌을 만큼 참혹한 전투 방식이다.

쿠르스크 전선에선 이 역할을 북한군이 담당한다고 우크라이나와 서방 정보 당국들은 예상한다. 우크라이나 첩보에 노출된 북한군 병사 대부분이 ‘폭풍군단’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앳된 젊은이라는 점도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한다. 서방 언론이 쿠르스크 투입 러시아 측 병력을 ‘대포밥’이라고 표현할 만큼 대부분이 죽거나 다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굳이 정예병을 보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드론 영상에서 북한군 추정 병력을 하차시킨 러시아군 장갑차가 이들을 엄호하지 않은 채 급히 돌아가는 장면도 북한군이 총알받이로 소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한 이상, 북한군의 본격 투입도 이제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명령이 떨어지는 즉시 북한군이 대규모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트럼프가 지난 7일 푸틴과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확전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트럼프 변수’에 따른 푸틴의 북한군 투입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은 러시아군에 “10월 17일까지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이 목표가 여전히 실현되지 못하면서 러시아군 수뇌부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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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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