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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1만2000 가구 둔촌주공, 대출 압박에…"입주장 전세거래 썰렁"[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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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문턱 높이자 자취 감춘 전세 매물…"급할 것 없다"

'얼죽신'에 실거주 수요↑…'급전세' 내년 3월 이후에야

뉴스1

12일 오전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의 모습. 2024.11.12/뉴스1


"주변 부동산들 곡소리 나게 생겼어."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12일 오전 방문한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일대. 이곳에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아파트 둔촌주공 '입주장'을 바라보고 들어온 부동산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이곳 일대의 공인중개사들은 입 모아 "대출 규제에도 전세 매물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통상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입주 직전 전세 매물을 내놓는 '입주장'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2018년 인근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입주와 동시에 쏟아지는 전월세 물량으로 전셋값이 단기에 1억씩 하락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출 문턱 높이자 자취 감춘 전세 매물…"급할 것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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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둔촌주공 재건축 건설현장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입주권·분양권 상담 관련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2024.2.2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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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이 잔금대출을 제한하고, 전세대출도 조건부로만 허용하면서 둔촌주공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이는 내년 은행권에 새로운 여신한도가 생길 거라는 기대감에 수분양자들이 입주 날짜를 미루거나 우선 실거주 의무 기간을 채우려고 하면서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보통 입주장에는 전세를 주고 전세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 둔촌주공 입주장은 사뭇 다르다"며 "입주 기한인 3월 말까지는 여유가 있으니, 정말로 급하지 않은 이상 부동산 거래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입주 기간이 길어 집주인들은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며 "전셋값과 매매 가격이 오르고 있으니, 대출 한도가 완화될 수 있는 연초에 다시 시장 상황을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세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동상이몽도 여전하다. 입주장 가격 하락을 기대하고 전세 매물을 찾는 수요자들과 높은 가격을 받고 싶어 하는 입주자들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세 수요자들도 10억 원이 넘는 전용 84㎡ 가격을 마주하고 발길을 돌린다는 게 인근 부동산들의 전언이다.

'얼죽신'에 달라진 대단지 입주장…"일단 실거주 기간 채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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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입주가 다가왔다. 사진은 10월17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의 모습. 2024.10.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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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방안의 하나로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을 유지하면서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게 아예 불가능해졌다. 이에 그동안 입주장과 달리 실거주 비율이 훨씬 높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달 입주 사전점검 이후 아파트 커뮤니티나 시설에 매료돼 실거주로 마음을 굳힌 사람들도 상당수라는 후문이다.

단지 인근 한 부동산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다른 입주장에서는 실거주 비율이 20~30% 정도 되지만, 이곳에는 45%가 넘는다"며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진 지금은 실거주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거주 의무를 우선 채우겠다는 일반 분양자들도 대다수다. 일대에서는 '어포삼(어차피 포레온 30억)'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실거주 의무가 유예됐다고 해도 결국에는 3년 후에는 어차피 거주해야 한다"며 "'몸테크'로 실거주 의무를 해결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바라보는 집주인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입주장 같지 않은 입주장'이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일반 분양분의 입주 기한이 만료되는 내년 3월 이후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납 잔금에 대한 연체 이자가 부담되거나,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수분양자를 중심으로 급전세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둔촌동의 한 부동산 대표 김 모 씨는 "만약 내년 초까지도 대출 규제가 계속되면 어쩔 수 없이 급전세를 내놓는 집주인들도 있을 것"이라고 관망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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