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밤 중국 광둥성 주하이시 체육센터 앞에 주민들이 차량돌진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을 놓고 있다. 주하이/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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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주하이에서 차량이 돌진해 30여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중국 관영매체들은 거의 24시간이 지난 뒤에야 사건을 보도했다. 사건 발생 이튿날 주하이시에서는 대형 에어쇼가 개막했다.
13일 주하이시 공안국 등의 설명을 보면, 사건은 11일 오후 7시48분(현지시각)께 주하이시 체육센터에서 발생했다. 이날 62살 남성이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몰고 체육센터로 돌진해, 센터 안 트랙에서 조깅 등을 하던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들이받았다. 12일 저녁 기준 35명이 사망했고, 43명이 부상당했다. 퇴근 뒤 저녁 운동을 하는 이들이 많아 피해 규모가 컸다.
사건 직후,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는 당시 현장을 찍은 영상과 사진 등이 올라왔지만, 곧 당국에 의해 검열되고 삭제됐다. 현재까지 웨이보에서는 사건 관련 영상이나 사진 등을 찾아볼 수 없다. 명보, 싱타오일보 등 홍콩 매체들은 삭제되기 전의 영상과 사진 등을 활용해 12일 오전부터 일부 보도를 시작했다.
중국 관영 매체가 해당 사건을 보도한 것은 거의 24시간이 지난 뒤인 12일 오후부터다. 신화통신, 글로벌타임스 등 관영 매체들은 주하이시 공안당국이 12일 오후 올린 통지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이날 저녁부터 사건을 보도했다. 주하이시 공안국은 사건 발생 당일인 11일 밤 9시22분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통지를 올려 사건 발생 사실을 간략히 알렸고, 하루 뒤인 12일 오후 6시47분 사건 개요와 피해 규모 등 구체적인 사건을 알렸다.
중국은 사회적으로 충격이 큰 사건이 발생할 경우 보도를 통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다음날 40여㎞ 떨어진 곳에서 중국 최대 규모의 에어쇼인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주하이 에어쇼)가 개막할 예정인 가운데 발생했다. 중국은 이번 주하이 에어쇼에서 최첨단 스텔스기인 젠-35(J-35), 대형 수송기 윈-20(Y-20) 등 260종의 첨단 무기와 장비 등을 대거 선보이는 등 공을 들였다. 중국은 물론 세계의 관심이 에어쇼가 아닌 비참한 사건으로 옮겨갈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
중국에서는 올해 들어 대중 혹은 관계가 불분명한 타인을 대상으로 한 폭력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베이징 하이뎬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50대 남성이 칼을 휘둘러 어린이 3명 등 5명이 부상했고, 같은 달 8일 광둥성 광저우시에서 흉기 난동 사건으로 초등학생 등 3명이 부상했다. 지난 9월30일에는 상하이 한 상점에서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3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당했다.
일본인에 대한 폭력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18일 광둥성 선전의 한 일본학교에서 중국인 남성이 휘두른 흉기를 맞고 10살 일본인 남학생이 사망했고, 지난 6월에는 장쑤성 쑤저우의 스쿨버스 정류장에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일본인 모자가 부상당했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12일 중국에 체류 중인 일본인에게 중국 각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공격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며 외출시 주의를 당부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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