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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국방과 무기

가자 굶겨도 무기 주는 미국…트럼프 취임만 기다리는 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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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한 달 유예기간 종료, 지원단체들 "조치 미흡"
바이든은 "미국법 위반 아냐" 이스라엘 무기 계속 지원…
트럼프는 허커비·스터파닉 등 '친이스라엘' 인사 가속

머니투데이

4일(현지시각)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어린이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식량 배급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국제이주기구(IOM), 세계식량계획(WFP) 등 15개 유엔 기구와 구호 단체 수장은 공동 성명에 서명하고 "가자지구 북부 전역에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질병·기아·폭력으로 목숨을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라고 밝혔다. /신화=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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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준 유예기간 한 달이 끝났지만 군사 지원을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로의 내년 1월 권력 이양을 앞둔 마당에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해도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차기 이스라엘 대사에 '서안 정착촌'을 옹호하는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임명하는 등 친이스라엘 행보에 방점을 찍었다.

12일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이스라엘에 보낸 서한을 언급하며 "지난 30일 동안 이스라엘은 해당 서한에 명시된 조치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 우리는 현재 이스라엘이 미국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이스라엘에 30일 이내에 팔레스타인 영토의 재앙적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긴급하고 지속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하면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약속했던 30일의 시일이 12일로 종료된 가운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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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1일 (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열린 재향군인의 날 행사에 선거 패배 후 공개석상에 처음으로 함께 참석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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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1월 임기를 마치기 전까지 가자지구의 해결책을 계속 모색하겠단 입장이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실상 이스라엘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신임 중동 특사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찬사를 쏟아낸 부동산 억만장자 스티브 위트코프를 임명했고, 이스라엘 대사에 서안 내 이스라엘 정착촌을 옹호하는 허커비 전 주지사를 임명했다. 하루 전엔 주유엔 미국 대사에 열렬한 이스라엘 지지자인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뉴욕)을 임명했다.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인사다.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는 데 여러 조치가 이뤄졌다는 국무부의 평가와 달리 옥스팜과 세이브더칠드런, 아네라, 노르웨이 난민 위원회 등 8개 지원 단체들은 이스라엘이 지난달 미국이 제시한 '구체적안' 기준 중 어느 하나도 충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요구사항에는 △매일 최소 350대의 구호트럭 진입 △구호물품 배달 경로 추가 개설 △알마와시 해안 구역에 피난민의 내륙으로의 이동 허용 △구호단체의 북부 가자지구 접근 보장 △UNRWA(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기구) 활동 금지 법안 폐기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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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허커비 전 미국 아칸소 주지사가 지난 2016년 11월 18일 뉴욕에 있는 트럼프 타워에서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2일 (현지시간) 허커비 전 주지사를 이스라엘 주재 대사로 지명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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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얼마나 악화하건 간에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이 더 확고해질 전망이다. 이집트 등 가자 휴전 중재자들도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과 휴전 논의를 진전시키는 대신 트럼프 당선인의 가자전쟁 엑시트 전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이미 해임했다.

존스홉킨스 고등국제관계대학원의 중동 분석가인 로라 블루멘펠트는 트럼프의 취임에 앞서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가자 지원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최소한의 노력만 하고, 트럼프를 달랠 방법을 찾는 데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 외교정책 고문인 브렛 브루엔은 "네타냐후는 트럼프가 자신의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무제한 권한을 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저 시간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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