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20만원 '위조 신분증' 홍보 봇물…고령 업주에 '위조 모바일 신분증' 내밀기도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지하철 건대입구역 근처 한 술집에 미성년자 출입을 경고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김선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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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위조 주민등록증'을 제작하는 A씨는 대화형 SNS(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서 "당일제작 당일배송"이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는 이름, 주소, 사진, 주민등록번호 등만 보내면 즉각 제작에 돌입한다.
총 비용은 15만원. A씨는 온라인 상품권만 받는다고 했다. 완성된 위조 신분증은 퀵서비스나 택배로 전달된다. 그는 "술집에서 걸리지 않겠나"라고 묻자 "눈으로는 구별할 수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수능을 하루 앞두고 '위조 신분증' 거래가 성행하면서 자영업자들의 긴장감이 높아진다. 위조 신분증에 속아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할 경우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연말 대목'을 놓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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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수능 끝…"미성년자들이 온다" 불안한 업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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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권모씨는 "수능 당일과 다가오는 주말에 수험생들이 술집을 찾을까 걱정"이라며 "직원들에게 신분증 검사를 수차례 강조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제 지인도 미성년자인지 모르고 술을 팔다 영업정지를 당할 예정"이라며 "일주일만해도 매출이 몇백만원인데 몇달 문을 닫는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했다. 이어 "다시 문을 열어도 예전처럼 복구할 때까지 한참 걸린다"며 "직원들도 다 해고해야 한다. 사기 친 애들 빼고 모두가 손해"라고 했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청소년 주류 제공행위가 적발되면 △1차 영업정지 7일 △2차 영업정지 1개월 △3차 영업정지 2개월 등 행정 처분을 받는다. 신분증 위조나 도용, 폭행·협박으로 청소년임을 확인하지 못한 사정이 CCTV(폐쇄회로TV)와 같은 영상 정보 등을 통해 확인된 경우만 행정처분을 피할 수 있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근처 한 술집에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김호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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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업주에게 '위조 모바일 신분증' 내밀어…자영업자들 "쌍방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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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신분증'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요리주점에서 일하는 이모씨(28)는 최근 모바일 위조 신분증으로 주점에 출입하려던 고등학생 3명을 걸러냈다. 이들은 실물 신분증이 없다며 모바일 신분증을 내밀었는데 이씨가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자 녹화 영상 중 일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손님이 많고 정신이 없는 틈에 미성년자들이 몰래 들어온다"며 "우리가 신분증 검사에 실패하면 사장님이 영업 정지를 당하고 동료들도 일자리를 잃는다.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한식집과 PC방을 운영하는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 협동조합 이사장은 "학생들이 가짜 모바일 신분증 앱으로 나이 많은 업주들을 속이려고 작정하면 걸러내기 쉽지 않다"며 "단순히 (업주들에게) 휴대폰을 보여주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고 해서 영업 정지를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주류를 구매하려는 미성년자에게도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목소리도 뒤따른다. 유덕현 서울시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한 번의 영업 정지가 업주들에겐 매우 큰 타격"이라며 "연말 대목을 망칠까봐 수능이 끝나거나 신학기가 되면 업주들이 긴장하는 일이 해마다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주류 판매에 있어 도용이나 사칭 신분증을 사용하는 미성년자들은 쌍방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며 "신분증이 없는데 본인이 성인이라고 하면 믿을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손님을 쫓아내야 하고 서로 목소리가 높아진다"라고 했다.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지하철 건대입구역 주변음식점 거리. /사진=김선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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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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