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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장기 기증률 2배로 높인 캐나다의 비책은?[통신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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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 동의' 제도와 시스템 개혁의 결합, 장기 기증 활성화 모델로 주목

뉴스1

노바스코샤 주는 '장기 기증 추정 동의' 프로그램 이후 장기 기부율을 두 배로 늘렸고, 뉴브런주윅 주 등 다른 주에서도 점차 비슷한 법안을 도입하려 검토 중에 있다. 2024.11.12/<출처: Nova scotia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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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2021년, 캐나다 노바스코샤주는 사망 시 자동으로 장기 기증에 동의하는 '추정 동의'(presumed consent) 제도를 북미 최초로 도입했다.

이 정책에 따라 성인이 사망할 때 생전에 장기 기증을 거부하지 않았다면 자동으로 기증자로 간주된다. 제도 도입 후, 노바스코샤의 장기 기증율은 4년 만에 두 배로 증가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노바스코샤 장기 및 조직 기증 프로그램의 스티븐 비드 박사는 "다른 주가 인구 백만 명당 20명 정도의 기증자를 보유할 때, 노바스코샤는 35명 이상으로 두 배 가까운 성과를 거뒀다"며 "엄청난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노바스코샤 주민 중 장기 기증을 거부한 사람은 3% 미만이다.

이 성공은 다른 주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어, 뉴브런즈윅주는 2023년에 '에이버리법'으로 불리는 추정 동의 정책을 채택했으며, 이 법은 2025년에 정식 시행될 예정이다. 뉴브런즈윅 보건부 장관은 "노바스코샤의 성과가 우리 주에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하며, 이 정책을 통해 장기 기증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그러나 퀘벡주는 이와 같은 정책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퀘벡의 국회 위원회는 최근 "추정 동의 도입 전, 장기 기증 시스템 개선이 우선"이라며 도입을 보류할 것을 권고했다.

퀘벡 보건부 장관 보좌관 캐서린 블루앵은 "퀘벡은 아직 장기 기증을 위한 인프라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퀘벡은 노바스코샤에 비해 낮은 수준의 장기 기증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퀘벡의 백만 명당 기증자는 23명에 그친다. 퀘벡에서 장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853명에 이르고 있다.

노바스코샤의 성공 비결은 단순히 추정 동의 정책 자체에 있지 않다. 스티븐 비드 박사는 "정책 도입과 동시에 장기 기증 시스템 전반을 재정비한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노바스코샤는 정책 시행 이후 장기 기증 시스템의 여러 부분을 개선했다. 의료 종사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여 기증 절차에 대한 이해를 높였고, 새로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기증자의 정보를 투명하고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게 했다. 병원 관리자와의 소통을 강화하여 잠재적 기증자를 쉽게 식별하고 추천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또 장기 기증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적극적인 대중 홍보를 시행하여 지역 주민들이 기증에 긍정적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비드 박사는 "정부가 장기 기증이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명확히 전달하고, 이를 실현할 시스템을 갖춘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고 덧붙였다.

퀘벡은 장기 기증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정비한 후 추정 동의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퀘벡 국회 위원회는 기증 여부를 쉽게 조회할 수 있는 중앙 등록부 마련, 기증자 추천 절차 표준화, 장기 기증을 총괄할 단일 기관 지정 등의 조치를 권고했다. 이는 기증 절차를 보다 효율적이고 일관되게 운영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 후에야 추정 동의 정책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바스코샤의 성공 사례는 캐나다 각 주가 장기 기증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뉴브런즈윅뿐 아니라 사스캐처원주와 같은 다른 주에서도 노바스코샤의 정책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사스캐처원의 보건부 장관은 노바스코샤 보건부와 협력하여 정책 도입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노바스코샤의 사례는 정책 도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할 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zziobe105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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