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 낭독 뒤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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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13일 전격 철회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유상증자 추진으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며 사과하고,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소액주주 보호’를 정관에 명문화하겠다고도 했다. MBK파트너스·영풍과의 지분 대결에서 밀리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주들의 지지를 호소하며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최 회장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반공모 유상증자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시장 혼란과 주주, 투자자 우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사과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달 30일 발행주식의 20%(자사주 소각 기준)인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가 돈을 빌려 자사주 공개매수를 한 뒤 곧바로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에게 빚을 갚게 한다는 비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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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공개매수 후 상한가, 예상 못해”
최 회장은 공개매수 직후 주가 불안정성이 커져 유통물량 확대를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와 주변의 많은 분은 공개매수가 끝나면서 상한가를 치고, 아주 적은 거래량을 통해 주가가 엄청나게 변동하는 현상이 있을 것이라고는 솔직히 말해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할 수 있었던 우호 지분 3~4%를 얻지 못하게 됐다. 이에 최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 방안을 대거 내놓으며 주주 마음 돌리기에 나섰다. 이날 최 회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면서, 향후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사회의 평이사로 역할을 할 방침이다. 또 “외국인 주주와 해외 투자자와의 소통을 위해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고자 한다”며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IR(기업설명회) 전담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경영 참여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정관에 명문화하겠다고도 밝혔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상충하는 사안에 대해 지배주주가 아닌 소액주주만 의결에 참여하는 소수주주 다수결제도(MOM) 등을 검토 중이다. 또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해 이사를 추천하는 방안 등도 검토한다.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한다. 고려아연은 분기배당 도입을 추진하고, 배당 기준일 이전 배당을 결정해 예측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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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표 대결로…국민연금 주목
최 회장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친화 정책이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MBK·영풍은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1.36%를 추가로 취득, 총 지분율을 39.83% 확보했다.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기준으로는 약 45%까지 오르며 최 회장 측과 지분 격차를 5% 포인트 넘게 벌린 상태다.
결국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영풍은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법원에 낸 상태로, 인용 결정이 나오면 이르면 올 연말 임시 주총이 열릴 수 있다. 최 회장은 “임시주총에서 캐스팅 보트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분들”이라며 “이분들의 규모와 독립성을 생각해보면 MBK가 취득한 지분(1.36%)이 크게 판을 흔드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의 경쟁 대상이 MBK와 영풍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백기사 추가 확보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고려아연이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 1.4%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 사용할 것인지 전혀 결정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MBK·영풍 측은 이날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에 대해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애당초 진행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자본시장에 큰 혼란을 끼치고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를 준 후에야 뒤늦게 철회된 점에 대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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