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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임의진의 시골편지]쌈바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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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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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브라질에 갔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삼바, 오~ 삼바! 한국에서 일찍이 들은 풍월의 노래가 있었나니, 설운도의 노래 ‘쌈바의 여인’. “내 마음을 사로잡는 그대. 쌈바춤을 추고 있는 그대. 화려한 불빛 음악에 젖어 사랑에 취해버린 그대. 사랑 사랑한다고 좋아 좋아한다고 눈빛 하나로 몸짓 하나로 내 마음 사로잡는 밤~”

춤이란 과연 무엇인가. 기쁨과 슬픔을 몸에 녹여내어 사지를 흔들어가면서 추는 한편의 ‘제의’. 댄스장을 돌아댕기던 충청도 출신 제비족이 있었더란다. 보통 서울 제비들은 사모님들 앞에 가서 “싸모님! 저와 오늘 밤 함께 예술의 세계로 쑥~ 한번 들어가 보실렵니까?” 이처럼 장황한 말을 늘어놓는 데 반하여, 충청도 제비는 달라도 아주 달랐다. “출텨?” 딱 한마디. “사랑 사랑한다고 좋아 좋아한다고~ 출텨?”

과거엔 불법 댄스홀에서 하얀 빽구두와 빠알간 삐딱 구두를 신고 붙잡힌 제비족과 사모님들이 뉴스에 종종 등장하고는 했다. 춤바람이 한번 일기 시작하면 가출, 아니 가정을 버린 출가 수행자들이 탄생하고는 했다.

삼바춤을 추는 당신. 아무리 추측해도 누군지 알 수 없고 확인해 주지 않는, ‘우리 오빠’와 함께 즐거웠던 세월이 있었다. 보라. 가을 들녘엔 새하얀 머리를 풀고 헤드뱅잉 억새꽃이 한없이 마파람에 춤을 추누나. 삼바, 오! 삼바의 여인과 우리 오빠는 브라질에 보통 살고, 민주시민들과 말씨름하며 샅바 싸움에 여념 없는 이와 오빠는 한국에 사는갑다. 사랑 사랑한다고, 좋아 좋아한다고, 노래하고 춤추다보니 어느덧 이달도 중턱에 이르렀구나. 달랑 한 장 남은 달력. 문풍지 코웃음에도 휙휙 춤을 추누나.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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