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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오건영의 경제읽기]높은 환율 변동을 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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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달러당 1300원 선 초반까지 큰 폭 하락했던 달러화가 재차 고개를 들면서 미국 대선 직후에는 달러당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재차 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달러 보유 매력을 낮춰 약달러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영향으로 9월 미국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포인트의 빅컷을 단행한 직후 원·달러 환율은 큰 폭 하락한 바 있다. 그러나 11월 FOMC에서 0.25%포인트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큰 폭으로 뛰어오르면서 9월 기준금리 인하 이전 때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무엇이 환율의 이런 높은 변동성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우선 미국의 차별적 성장을 나타내는 ‘미국 예외주의(US excepationalism)’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한 국가의 통화는 해당 국가의 금리와 성장을 함께 반영한다. 금리 인하는 해당 국가 통화의 매력을 낮추는 것이 맞지만 이를 통해 미국 경제가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 강한 성장세를 보인다면, 되레 미국의 성장에 투자하고자 하는 해외 자금이 유입되며 달러의 수요를 높일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는 전 세계 국가들 중 가장 빠르게 부채 사이클에서 빠져나오면서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으며 그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중간에 무역전쟁, 코로나19 사태 등 부침은 있었지만 각종 부양책과 강한 회복력, 그리고 압도적인 생산성 등을 보여주면서 차별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예외적인 성장은 미국 자산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으며, 부동산시장을 비롯한 미국 자산시장은 전반적으로 뜨거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열기는 이번 금리 인하와 맞물리면서 더욱 강해지며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1월5일 미국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승리한 트럼프 행정부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모토로 한 극단적인 미국 중심주의를 앞세우고 있다. 과감한 법인세 인하 등 감세 및 재정지출 확장을 통해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전망되는바, 이는 당분간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측면에서 한국 수출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2001년 12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나타난 중국의 강력한 수출 성장의 수혜를 한국은 고스란히 받을 수 있었다. 대중 중간재 수출을 크게 늘리며 지난 20여년 동안 상당한 무역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한국의 주요 수출국 1위에 중국이 자리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이어졌던 중국의 강한 봉쇄와 부동산 경기 둔화, 그리고 중간재 기술 등의 내재화 등이 겹치면서 한국의 대중 수출은 점점 둔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미국 수출에서 활로를 찾았고, 그 결과 최근 대미 무역흑자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여기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맞물린 고민이 필요한데, 트럼프는 미국이 겪고 있는 기록적인 무역적자를 해소하고자 우방국에도 대규모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수차례 예고했다. 높은 수준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도 당연히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을 수출 성장이 견인했던바,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대외 교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높은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는 달러 보유의 매력을 낮추는 달러 약세 요인이다. 그러나 미국 자산의 높은 투자 매력과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중심주의는 미국의 차별적인 성장세를 강화하고, 한국의 성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달러 강세 요인이다. 달러 약세 및 강세 요인의 공존은 상당 기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원·달러 환율은 기존보다 높은 변동성을 상당 기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향신문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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