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출생아 수는 급격하게 줄고 있고 내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들어간다. 총인구도 감소한다. 지방 소멸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들리는 것과 달리 인구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출생아 수가 줄면 당장은 가계와 정부의 양육 비용이 줄어들고 지출 여력이 생긴다. 20년 후에 이들이 노동시장에 나올 때 문제가 된다. 초고령사회가 된다고 하지만 아직 대부분이 65세 이하인 베이비부머들은 여전히 일하고 있다. 60~64세의 고용률이 65%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
고령화 부작용 아직 본격화 안돼
자산 시장, 국민연금의 확장판
향후 10~15년 대응시간 주어져
잘 대비해 변화 속 기회 잡아야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 거리에서 한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우상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인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거대한 항공모함과 같다. 방향키를 돌려도 배는 천천히 선회한다. 일단 방향을 바꾸면 되돌릴 수 없다. 그러면 인구라는 항공모함이 방향을 바꾸게 되는 게 언제일까? 언제 인구가 경제와 사회에 본격적인 영향을 주게 될까? 주요 변수들을 통해 추론해보자.
인구구조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변수는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이다. 젊은 인구는 보험료를 납입하고 고령 인구는 연금을 받는다. 이들 인구 비중에 따라 연금의 수입과 지출, 그리고 재정수지가 달라진다. 국민연금의 재정수지(보험료 수입+운용수익-연금 지급)는 2040년을 넘어서면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이후 적자 폭은 빠른 속도로 증가해서 수지 차가 2050년에 -150조원, 2060년에는 -350조원이 된다. 2040년 까지는 기금 적립금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다가 변곡점을 지나면 공이 낙하하듯이 줄어든다. 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인구와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는 20~50대의 균형이 크게 깨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 사회의 금융자산도 국민연금의 확장판이다. 젊은 사람이 금융자산을 축적하고 나이 들면 금융자산에서 인출한다.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축적보다 인출이 많아지면 금융자산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줄어드는 거나 마찬가지 이치다. 예금, 주식, 채권을 합한 금융자산의 실질 규모를 인구구조를 반영하는 3세대 세대중첩모형을 통해 예측해 보면 2040년에 정점을 이루고 이후 계속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금융자산 규모가 추세적으로 감소하는 최초의 경험이다.
국민연금 종로중구지사의 모습.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금융자산 중에서 주식 시장은 인구구조 변화를 더 민감하게 반영한다. 젊은 사람은 주식을 선호하고 고령자는 안전자산을 선호하므로 고령 인구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주식 시장 참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인구 데이터를 통해 주식 시장의 실질시가총액을 예측해보면 2040년경 약 2000조원 수준에서 최대치를 기록하고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여 2070년까지 75%가량 감소한다. 소위 자산시장붕괴(asset market meltdown)가 일어나는 것이다. 최근 나이 든 슈퍼 리치들이 주식을 여전히 보유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주식의 보유 행태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이지 그 추세를 바꾸기는 어렵다.
주택 시장도 인구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가구 수는 주택 수요에 영향을 주는데 인구가 가구 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우리 인구는 350만명 증가했는데 가구는 650만이 증가했다. 엄청난 가구 수 증가였다. 가구 수는 앞으로도 2040년까지 증가한다. 하지만 이후의 가구 수는 인구 감소 영향을 받아 감소한다. 일단 변곡점을 넘어서면 감소 속도가 빨라져 2040년 이후 10년간 100만 가구가 감소한다. 산업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가구 수는 주택 수요, 가계대출, 건설 경기 등에 영향을 주기에 사회적 파급력이 크다.
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40년 전후를 주목해야 한다. 2040년은 인구 변화로 인해 국민연금 적립금, 금융자산, 주식시가총액, 가구 수 등에서 변곡점이 나타나는 해다. 그리고 일단 변곡점을 넘어서면 빠른 속도로 상황이 악화한다. 변곡점 이전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상전이(phase transition)가 일어난다고 할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롤러코스터가 급경사로 내려가기 전과 후라고 보면 된다. 거기 앉은 사람들의 표정 변화가 우리가 체감하는 인구 변화다.
인구의 영향이 생각보다 빠르게 변화하지 않아 대응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우리에게 돌이킬 수 없는 페널티를 준다. 내리막길을 탄 롤러코스터를 멈출 방법이 없다. 자칫하면 따뜻한 물 속에서 익어가는 개구리 신세가 된다. 잘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크게 나타나게 되는 이유다. 이는 국가나 개인 모두 마찬가지다.
인구구조는 현재 입동(立冬)에 들어섰다. 본격적 추위는 오지 않았다. 앞으로 10~15년이 매서운 겨울에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이다. 잘 대비하면 변화 속에 기회도 있다. 큰 먹거리나 큰 손실은 변곡점에서 일어난다는 점을 명심하자.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