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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에바 존의 문화산책] 반려견, 어린이, 노인…다 같이 함께 살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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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에바 존 한국 프랑스학교 사서


2024년이 막바지에 가까워지는 요즈음, 나는 이맘때면 늘 그래왔듯 올해 개봉작 중에 미처 못 봤던 영화들을 챙겨 보고 있다. 그중 하나는 ‘도그데이즈’라는 제목의 한국 영화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한국인들의 반려견에 대한 집착을 다루는 내용이 주를 이루겠거니 생각했다. 그런 소재 자체로도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 반려견 열풍 현상만이 아니라 다른 시사적인 소재들도 가득 담고 있었다.

내가 말한 한국의 ‘반려견 열풍’의 일례로는 반려견 전용 옷과 신발이 있다. 내가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출산한 친구 선물로 아기 옷을 사러 갔다가 하마터면 개 코트를 살 뻔한 적이 있다. 한국에는 유모차보다도 ‘개모차’가 더 많이 보인다. 조그만 개가 아늑한 개모차에 앉아 공원을 거니는 광경은 흔하게 볼 수 있다. 개모차를 처음 봤을 때는 깜짝 놀랐는데 이제는 (거의) 익숙해졌다. 또 한국에는 애견카페가 있다. 내 딸은 개를 몹시 좋아하지만 우리 아파트 규정상 키우지 못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이런 애견카페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 반려견 장례 업체도 있다. 반려견을 사실상 가족으로 여기는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그리고 반려견이 죽기 전에 개를 복제할 수 있는 반려견 복제 업체도 있다. 몇 년 전에 이런 센터 중 한 곳을 방문했는데, 그들이 보유한 선진 기술은 실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물론 가격이 만만치 않다.



1인 가구 늘고, 가족 정의 변화

노키즈존 등 공존 기피 징후 보여

프랑스도 ‘비브르 앙상블’ 화두

다름에 대한 포용이 공동체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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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그데이즈’. 개한테 까칠한 건물주, 세입자인 동물병원 원장, 성공한 고령의 건축가, MZ 라이더, 초보 부모 등이 함께 사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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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나라에서 개들은 아기처럼 대접받게 되었다. 영화 ‘도그데이즈’에서 한 인물은 자신을 개의 ‘아빠’라고 칭하며 ‘한 달에 한 번은 만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반려견과 맺는 깊은 유대감을 부각시키는 진술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훨씬 깊은 사회적 문제, 즉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많은 인물이 개를 기르는데, 또 대부분이 혼자 사는 사람들이다. 심술궂은 집주인, 세입자인 동물병원 의사, 뉴질랜드에 사는 외아들과 떨어져 혼자 사는 고령의 세계적인 건축가, 고시원에서 지내는 젊은 배달 라이더 등.

한국에서 독신으로, 또는 자녀 없이 살기로 결심하는 인구가 점점 많아지는 만큼 1인 가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혼밥’이라는 신조어도 생겼고 많은 식당이 1인 손님을 위한 ‘혼밥’ 메뉴를 제공한다. 이러한 새로운 가족 및 생활 형태가 등장한 데에는 갖가지 원인이 있고 복잡한 현상을 반영한다. 영화에서 한 인물은 ‘이제 가족의 정의가 확장되었다’고 지적한다.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결혼, 자녀, 직업을 ‘거부’하는 지금, 외로움으로 힘들어하고 사회적 환경과 압력 때문에 위축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반면, 이를 자신의 의도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영화에서 적어도 몇몇 인물들에게는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편이 반려견이다. 그러나 반려동물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등장인물 중 두 사람은 연애하게 된다. 또한 윤여정 배우가 분한 건축가는 그녀를 도와준 배달 라이더 및 어린이와 세대를 뛰어넘는 멋진 우정을 나누게 된다. 나로서는 이 부분이 가장 감동적이었는데, 요즘 한국 사회에서 연령에 따른 세대 갈등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게나 호텔에서 반려동물 입장을 금지하는 경우를 여러 번 봤고, 그런 조치는 (반려동물 주인들은 물론 불편하겠지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처음 봤을 때는 속이 상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몇몇 스포츠 시설과 카페에서 실행하는 ‘노시니어존’ 정책은 차별적일 뿐만 아니라 ‘우리와 같지 않은 사람들’과는 공존하기를 꺼리는 징후로 보였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 수 있고, 이쪽 또는 저쪽 집단에 속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리되기보다 다 같이 함께 살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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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 카페 입구에 붙은 '노키즈존' 안내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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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형태는 다르지만, 프랑스 역시 ‘비브르 앙상블(vivre ensemble)’, 즉 ‘함께 사는 것’의 문제가 뜨거운 논쟁거리다. 연령과 생활 방식에 따라 분열된 한국과 달리 프랑스의 ‘비브르 앙상블’ 문제는 정치적 분열 및 이데올로기에 깊이 얽혀 있다. 이 관념은 종종 이민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국가 정체성 및 난제에 대한 열띤 논쟁을 일으킨다. 정계는 양극화되었고, 포용적 사회를 지지하는 측과 단일 국가 정체성을 지지하는 측이 팽팽하게 맞선다.

결국 ‘비브르 앙상블’은 모든 종류의 다양성 존중, 차별에 맞선 투쟁, 조화로운 공존 활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다름을 포용하고, 유대감을 조성하고, 점차 세분화되는 세상 속에서 공통점을 찾는 것이 공동체의 본질임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맞닥뜨린 분열의 문제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 하는 문제뿐 아니라 왜 함께 사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숙고해 보아야 한다.

에바 존 한국 프랑스학교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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