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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SOS 상담 전화때 ‘나는 소중하다’ 외치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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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전화 13년째 상담 최장숙 씨

“인생엔 행운도 고통도 총량 있어

지금의 고난 이겨내면 성장 가능해”

동아일보

최장숙 SOS생명의전화 상담원이 7일 긴급 상담전화기 모형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1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SOS생명의전화를 통해 약 1만 건의 자살 위기 상담이 이뤄졌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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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을 뚫고 나가는 무기는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잘될 거라 믿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오히려 딛고 일어서는 경험이 될 겁니다.”

7일 서울 성북구 생명의전화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최장숙 SOS생명의전화 상담원(78)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이 같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 상담원은 2012년부터 13년째 SOS생명의전화에서 상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베테랑 상담사다.

SOS생명의전화는 한강을 찾은 자살 위기자를 위해 교량에 설치된 긴급 상담 전화기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한국생명의전화와 함께 20개 교량에 75대의 SOS생명의전화를 설치하고 24시간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2011년 7월부터 올 10월까지 9970건의 자살 위기 상담이 이뤄졌고 119구조대가 출동해 투신 직전의 자살 위기자를 구조한 횟수도 2295건에 달한다.

최 상담원은 SOS생명의전화를 찾는 사람들 중에서도 10대가 유독 마음에 쓰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입시 문제나 시험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능날 저녁부터는 모든 상담원들이 긴장 상태다.

최 상담원은 “가고 싶은 학교에 직접 방문해 ‘내가 이 학교 학생이다’ 생각하며 사진을 찍어 붙여두라고 조언한다”며 “한 청소년은 실제로 원하는 학교에 합격했다며 다시 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 상담원은 전화를 건 사람들에게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하다’ ‘나는 이겨낼 수 있다’는 구호를 외치게 하기도 한다. 최 상담원은 “외치고 나면 힘이 솟고 눈물이 핑 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상담원들은 위기 상황 여부를 판단해 전화를 건 이들의 귀가를 돕거나 119에 신고해 구조가 이뤄지도록 한다. 현재 SOS생명의전화에는 최 상담원과 같은 자원봉사자 2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2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12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최 상담원은 “일과가 끝난 뒤 발걸음이 무겁진 않다”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개인의 신상을 따지지 않고 들어주는 곳이 SOS생명의전화입니다. 인생에는 행운도, 고통도 ‘총량의 법칙’이 있으니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면 성장하고 전진할 수 있어요.”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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