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망 무임승차' 강경 기조
글로벌 CP, 망 중립성 근거 삼아
국내 기업과 달리 망사용료 안 내
美우선주의에 기업 보호 전망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한국 정부의 ‘망 사용료’ 정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으로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브렌던 카(Brendan Carr) 위원이 하마평이 오르면서다. 이에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의 망을 무임승차하는 넷플릭스·유튜브(구글) 등 글로벌 콘텐츠 제공자(CP)에게도 망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을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등 ISP는 넷플릭스·유튜브(구글) 등 CP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망 사용료는 CP들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게 지급하는 네트워크 이용 대가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문제는 글로벌 CP사와의 갈등이다. 현재 국내 인터넷 트래픽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글로벌 CP사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은 구글 30.6%, 넷플릭스 6.9%, 메타 5.1%, 네이버 2.9%, 쿠팡 1.3%, 카카오 1.1% 순이다. 그런데도 넷플릭스, 구글(유튜브) 등은 국내 ISP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 ‘망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망 중립성은 ISP가 특정 콘텐츠나 서비스에 대한 네트워크 접근을 차단하는 등 데이터 차별을 가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망에 처음 접속할 때 접속료를 내고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이용료를 내지 않는다”며 “해외 해저 케이블이라든지 캐시서버 같은 망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SKB는 2020년부터 3년간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둘러싼 법적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이후 SKB는 지난해 9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협상을 타결하면서 분쟁이 일단락됐다.
이 같은 글로벌 CP사의 주장에 업계에선 ‘망 중립성’ 원칙과 ‘망 사용료’ 개념은 어떤 상관관계도 없다고 반박한다.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로 들어온 사업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지, 네트워크로 최초 진입할 때 내는 망 사용료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이용대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며 “망 중립성 원칙 때문에 망 사용료를 안 내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이 같은 ‘망 무임승차 기조’가 해소될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통신 산업의 진흥 및 규제 등 정책을 담당하는 FCC 위원장에 브랜던 카 위원이 유력해지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규모 트래픽을 유발하는 CP사가 망 투자에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2021년 그는 미 언론에 기고한 ‘빅테크의 무임승차 종식(Ending Big Tech’s Free Ride)’ 글에서 “우리는 빅테크가 공정한 몫을 지급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빅테크는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구축하는 데 필요한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건너뛰면서 인터넷 인프라를 무임승차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카 위원이 FCC 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 분이 그동안 주장했던 건 트래픽 과부하를 유발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비용을 적절히 분담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국내 망 사용료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업계 관계자는 “반반”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가 미국 기업 보호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국내 사업자는 망 사용료를 못 받고 있는데,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만 하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22대 국회에서도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공동 대표 발의)과 이정헌 민주당 의원이 각각 ‘망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정보통신망을 이용할 경우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국제적인 동향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망 중립성 원칙과 망 사용료는 아예 다른 개념이라,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고 해서 (미국의) 망 중립성 원칙에 변함이 있는 건 없다”고 했다.
[이투데이/이은주 기자 (letswin@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