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이 지난 10월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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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범죄 사건 현장을 잘못 인지해 증거 확보에 실패하거나, CCTV에 영상에 포착된 물품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억울한 피해자를 송치하는 등 부실수사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이러한 수사 착오로 인해 사망 사고 유족들이 직접 사고 현장 CCTV를 확보하며 직접 증거 확보에 나서기 까지 한다. 경찰의 부실 수사에 수사관 기피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편 신임 순경 등 경찰공무원들을 교육하는 중앙경찰학교의 50대 경찰관 교수가 지적 장애 여성을 관사로 불러 성폭행하려고 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경찰들 기강 해이가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죄 현장 착각해 피의자·피해자가 CCTV 확보
최근 경찰이 범죄 현장 CCTV를 착각했다가 피의자가 직접 증거 영상 확보에 나서는 사례도 있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1월 노래방에서 동갑내기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남성 A(19)씨를 입건했다. 성폭행 혐의를 받는 A씨는 사건 현장 CCTV를 확보해줄 것을 요청했고 경찰은 증거보전 영장을 발부 받고 집행했는데, 경찰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피의자 측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직접 CCTV를 확보한 뒤 해당 영상을 경찰에 보여주며 항의했다. 경찰은 항의 4개월 후 범죄 현장을 잘못 인지한 것으로 확인했다. 담당 경찰은 “고의로 착각한 것은 아니다”며 “이전 관서로부터 공조 요청을 받으며 현장을 ‘OO 노래방 홍대2호점’으로 전달받았는데, 재점검 중 같은 지역에 같은 상호, 같은 호점의 노래방이 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황했던 피해자가 피해 장소를 잘못 인지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부실수사는 인명 사고 현장에서도 이어졌다. 사망 사고 유족이 CCTV 영상을 확보해 경찰에 제출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지난해 8월 경남 사천경찰서는 사천의 한 채석장에서 SUV 차량 추락으로 두 명이 숨진 사고를 단순 사고로 결론지었다. 수사 결과를 불신한 유족들이 CCTV를 직접 확보, 사고 직전 채석장에서 발파 작업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해 경찰에 제출했다. 이후 발파팀장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애먼 사람 송치..수사관 기피신청 5000건 돌파
CCTV 영상 분석을 제대로 못해 무고한 시민을 검찰에 넘긴 사례도 있다. 증거 영상 속 절도 물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서 발생한 촌극이었다. 경기 일산서부서는 지난 3월 한 대형마트에서 경량 패딩을 훔쳤다는 혐의로 남성 B씨를 검찰에 송치했는데, 지난 7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B씨가 카트에 담고 있는 상품은 피해 제품과 다른 것으로 보이며 B씨가 제출한 영상에서 확인된다”고 했다. B씨는 “내가 직접 CCTV를 분석해 제출했는데, 같은 내용을 검찰은 보고 경찰은 못봤다”고 주장했다. B씨는 마트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B씨는 “불과 몇달 사이 피의자에서 피해자 입장으로 바뀌어 고소했는데, 답답해서 고소했지만 경찰 수사를 믿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해당 대형마트에서 확보한 CCTV를 분석했을 때 B씨가 다른 제품의 상품택을 제거하는 모습 등이 포착돼 절도 혐의가 포착돼 송치했다”며 “다만 검찰에서 B씨가 상품택을 뗀 제품과, 실제 피해 신고가 들어간 제품과 달라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신임 경찰공무원을 교육하는 중앙경찰학교 교수가 중증 지적장애가 있는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사례도 있었다. 충북경찰청은 지난 5일 중앙경찰학교 학교 관사인 충북 충주 소재의 한 아파트에서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50대 경찰관 A씨를 입건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의 부모가 실종신고를 접수했는데, 위치를 추적해 보니 장애 여성이 A씨 관사에서 발견됐다.
부실수사로 수사관 기피 신청을 하는 시민들도 늘고있다. 2019년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수사관 기피신청은 2902건, 2020년 3520건, 2021년 4573건, 2022년 4833건, 2023년 5618건으로 매년 느는 추세다.
[구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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