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희생제물 돼…죄인처럼 끌려다닌 것 보면 가슴 조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인천 계양구 을) 대표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투표가 종료된 11일 오후 인천시 계양구 후보의 선거상황실에서 부인 김혜경 씨와 대화하고 있다. 2024.4.11/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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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힘내자. 귀하게 자라 순하고 착한 당신에게, 고통과 불행만 잔뜩 안겨 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혜경아, 사랑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 법인카드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인 김혜경 씨 1심 선고를 앞두고 ‘사랑의 연가(戀歌)’를 띄웠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경기도 법인카드로 당 관련 인사들에게 식사 대접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 씨의 1심 선고는 14일 오후 나온다. 부인 김 씨에 대한 절절한 애처로움을 강조하며 검찰의 ‘보복수사’ ‘표적수사’임을 주장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법접으로 향하는 아내’라는 제목으로 긴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가난한 청년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생면부지 성남으로 와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라며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인권운동 시민운동 한다며 나대는 남편을 보며 험한 미래를 조금은 예상했겠지만 세상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훼술레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김 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의혹과 관련해 “남편 일 도와주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 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김 씨에 대한 수사를 ‘대선 패배에 따른 보복’으로 규정했다. 그는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 수년동안 백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수사가 계속됐다”면서 “천 번을 향하는 무수한 압수수색, 수백 명의 소환조사, 사람들이 목숨을 버릴 만큼 강압적인 수사로 없는 먼지를 털어 만든 기소장이 연거퍼 날아오고, 구치소에서 구속을 대기하기도 했지만, 진실은 나의 편이라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네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표적에 추가됐다”며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제물이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물까지 일일이 뒤져, 혹여 값나가는 것이 있으면 다시 포장해 돌려주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하며 살아온 아내가 공개소환 수사에 법정에 끌려다니는 장면은 남편 입장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재판 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면서 “숨이 막히고 쪼그라들며 답답해진 가슴을 양손으로 찢어 헤치면 시원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나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 탓이겠지만 아무 잘못 없이 나 때문에 중인환시리에 죄인처럼 끌려다니는 아내를 보면 그렇지 못한다”며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 대표는 김 씨를 향한 메시지로 끝을 맺었다. 이 대표는 김 씨를 “1990. 8. 9. 잠실 롯데호텔 페닌슐라에서 007미팅으로 만난 붉은 원피스의 아가씨. 만나는 순간부터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평생, 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 미안하다. 죽고싶을 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해준 반지 꼭 해줄게. 우리 힘내자”라고 말했다. 이어 “귀하게 자라 순하고 착한 당신에게, 고통과 불행만 잔뜩 안겨 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혜경아, 사랑한다”라고 했다.
김 씨의 선거법 위반 1심 선고는 14일 열리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는 다음 날인 15일 이뤄진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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