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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수능 이틀 전 혈액암 진단 수험생, 병실서 수능 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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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하루 전인 13일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갑작스러운 혈액암 진단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해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 가은 양을 응원하고 있다. 왼쪽부터 혈액내과 민기준 교수, 신지선 간호사, 윤선희 수간호사.  서울성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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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틀 전 혈액암 진단을 받은 수험생이 병원이 마련해 준 병실 시험장에서 14일 무사히 수능을 치렀다.

이날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가은 양(가명·19)은 최근 기침이 멈추지 않아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큰 병원에 가보라는 소견을 듣고 서울성모병원에 내원했다. 영상검사에서 좌우 폐 사이 공간인 종격동에 종양이 발견됐고, 조직검사 결과 혈액암의 일종인 ‘종격동 림프종’ 진단을 12일 받았다. 림프종은 국내에서 가장 흔한 혈액 종양이다.

영어, 스페인어 등 언어에 관심이 많은 가은 양은 외국어 교육을 전공하고자 고등학교 졸업 후 재수를 택했다. 의료진은 감염 위험 때문에 하루만 외출을 허용했지만, 시험장이 있는 고향 경남까지 다녀오기엔 무리였다.

입원 병동의 윤선희 수간호사가 안타까운 사정을 병원 유관 부서에 전했고, 병원 측은 서울시교육청의 협조를 통해 가은 양을 위한 시험장을 만들 수 있었다. 병원은 시험장 기준에 따라 21층 특실 구역에 독립된 병실과 시험 감독관이 대기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의료진은 시험 응시에 무리가 없도록 항암치료 일정을 조절하기도 했다. 주치의인 민기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건강한 수험생도 수능시험은 큰 스트레스인데, 어려운 상황에도 꿈을 이루기 위해 시험에 도전하는 가은이를 꼭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은 양의 어머니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 신경 써주신 의료진들과 병원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수능 시험을 볼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가 좌우명인 가은 양은 수능 응시 직전 “대학 축제에서 열리는 공연을 꼭 가보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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