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활동 했다며 불법 구금 등 강압수사
징역 15년 선고…6년간 억울한 옥살이
서울고법, 50년 만에 피해자에 무죄 선고
"불법구금 상태서 진술…증거능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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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박정희 정권 시절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재일동포가 재심을 통해 50년 만에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4일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故) 최창일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최씨는 1967년 10월께부터 직장인 함태탄광 서울 본사 근무 등을 이유로 국내를 왕래하며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1973년 5월28일 육군보안사령부(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최씨는 장기간의 불법 구금 상태에서 강압수사를 받은 후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혐의로 1974년 6월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6년간 형을 살고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됐고 1998년 사망했다.
최씨의 사망 이후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딸 최지자씨는 지난 2020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5월 최씨의 진술이 불법구금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씨는 수사기관에 의해 불법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진술했다"며 "이런 경우 임의성이 없는 진술, 즉 본인의 뜻에 따른 진술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고 자의롭게 진술했단 것에 대해서 검찰이 증명하지 못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간첩으로 기소돼 형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할 사법부는 그 임무를 소홀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과 가족들이 그동안 받았던 커다란 고통이 쉽게 회복되진 않을 것이지만 오늘의 판결이 피고인과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와 치료의 의미를 갖길 바란다"며 "대한민국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진술의 임의성, 증거능력, 국가보안법위반죄 및 반공법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최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재심 과정에서 불법 구금을 인정하지 않고, 재심 사건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상소를 제기하지 않는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최씨에게 새겨진 간첩이란 주홍 글씨가 벗겨졌다"며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면서 검찰의 2차 가해를 규탄한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민간인에 대한 군 보안사의 수사는 불법이지만 재심 청구 절차에서도 불법 수사를 인정하지 않고 재심 기각 의견을 개진했다"며 "서울고법 무죄 판결 선고 후에도 상고장을 제출했는데, 검찰의 상고는 과거사정리법과 대검찰청 공안부가 배포한 '과거사 재심 사건 대응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변호사는 "검찰은 50년 전 자신들의 과오와 재심절차에서의 2차 가해를 유족들에게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최씨 유족은 지난 6월 검찰이 상고하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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