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지난 5월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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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 사고 내서 미안하다."('대리 자수하러 파출소행' 경영지원팀 부장 장모씨)
"괜찮다."('경기 구리시 모텔로 도주 중' 김호중씨)
'음주 뺑소니'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가수 김호중씨(33)가 범행 다음 날인 지난 5월10일 새벽 경찰 수사에 대비해 '가짜 통화'를 나눈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소속사 부장에게 대리 자수를 맡긴 점을 두고 재판부는 "초동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상당히 낭비했다"고 판시했다.
14일 서울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직후 소속사 부장 장씨와 옷을 갈아입고 경기 구리시 모텔로 도주하던 중 장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사에 대비한 가짜 통화였다. 이 통화에서 장씨가 "벤틀리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김씨는 "괜찮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수사 초기 단계부터 장씨 휴대폰에서 이같은 내용의 가짜 통화 녹음을 인지하고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 압수수색에서 아이폰 3대를 압수당한 뒤에도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씨는 경찰에 출석해 약 3시간에 걸친 첫 소환조사를 마친 뒤에도 '취재진 앞에 설 수 없다'며 6시간을 버티다 귀가했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지난 5월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후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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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 5월9일 음주 상태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운전하다 택시를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그는 속도를 내 현장을 빠져나간 뒤 소속사 본부장 전모씨와 장씨에게 '내가 있는 위치로 와서 사고 처리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소속사 이광득 대표는 장씨에게 "네가 김씨 잠바를 입든 뭘 입든 그냥 네가 운전한 것으로 하라"며 대리 자수를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막내 매니저도 대리 자수를 요구받았지만 "너무 무섭다"며 거절했다. 이 대표는 다시 장씨에게 전화를 걸어 "네가 호중이 옷 입고 그냥 음주한 걸로 해"라며 "형이 다 빼줄게. 어차피 별로 안 나와. 내가 돈 내면 돼"라고 말했다.
장씨는 김씨의 점퍼와 티셔츠를 입고 파출소에 가서 허위로 자백했다. 장씨가 경찰서로 향하는 사이 김씨는 경기 구리시 한 모텔로 도주했다. 도주 중 김씨는 장씨에게 전화를 걸고 수사에 대비한 가짜 통화 기록을 남겼다. 모텔에 도착한 뒤에는 입실 전에 맥주를 구매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전날 특정범죄가중법상 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호중의 전반적인 태도에 비추어 성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국가 형사사법기능을 해하는 행위로서 정당한 사법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김태헌)는 지난 6월 김씨를 구속 기소하며 "사법방해에 대한 처벌규정 도입이 절실하다. 조직화되고 거듭된 거짓말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입법 미비가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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