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은 여당의 '이탈표'를 기대하며 특검의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내용을 수정안에 담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무늬만 제3자 추천인 졸속 악법'이라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
국회는 14일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재석 191명 중 찬성 191명으로 가결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이번이 세 번째 본회의 통과다. 지난해 12월과 지난 9월, 두 차례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결국 폐기된 바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를 겨냥하고 있다. 다만, 앞서 두 차례 폐기된 특검법과 달리 수사대상을 크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를 통한 국정농단 두 가지로 대폭 축소했다. 논란이 됐던 특검 추천권도 야권 단독 추천이 아닌 대법원장이 갖도록 했다. 지난달 민주당은 수사대상 의혹을 확장한 세번째 특검안을 발의했으나 수사대상을 두 가지로 축소하고 특검 후보 추천방식도 '제3자 추천'을 수용하는 것으로 수정안을 올린 것이다.
이 배경에는 여당 내 '이탈표'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기존 발의했던 김건희 특검법은 수사 대상이 많고 야당 추천 특검을 임명하는 위헌적 법률안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는데,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독소조항'을 줄인 수정안을 제출해 여권의 이탈을 이끌어내려는 포석을 뒀다.
만약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재표결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여당 측 이탈표가 최소 8표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9월 25일 '김건희 특검법'의 두번째 재표결은 재석 299명 중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여당에서 무효를 포함해 최소 4표의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기대와 달리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에게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며 긴장관계를 형성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담화가 끝난 뒤 "대통령께서 어제 현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인적 쇄신, 김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의 조건 없는 임명에 대해 국민께 약속하셨다"는 입장을 내고 갈등 봉합으로 방향을 틀고 '보수 결집'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결 전 반대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그동안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14개 혐의에 대해 마치 특검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주장해 왔다"며 "그런데 갑자기 도이치모터스와 명태균 씨 의혹 두 가지만 특검하겠다고 한다. 이 장면이 그동안 민주당이 주장한 의혹들이 가짜이고 엉터리 법안이었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법안은 최소한의 법리 검토도 되지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그 사람들을 수사하는 특검을 선정하는데 대법원장이 관여하는 게 맞나"라며 "무한 비토권을 통해 야당이 특검을 고르는 것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꼼수다.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하고 민주당이 고발하고 민주당이 특검까지 골라서 임명하면 그게 무슨 공정한 절차겠나"라고 했다.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 직전 단체 퇴장했다.
찬성 토론에 나선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오늘 국회가 처리하려고 하는 세 번째 김건희특검법은 국민의 힘 스스로 국정농단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양심적인 여당의원들의 표결동참을 호소하고자 야당이 오직 국민과 민생만 보고 결단한 수정안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퇴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보수의 가치, 양심을 선택하는 대신에 정권과 함께 침몰하겠다는 결심, 주가 조작 범죄자 국정농단 범죄자를 옹호하기 위해서 보수의 존재이유를 폐기하는 업보를 가겠다는 결심"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에서는 당론으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하게 건의하고 앞으로 이 법을 반드시 저지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 반대토론을 마친 뒤 표결 전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아동 또는 청소년을 상대로 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만 허용되던 위장수사가 성인까지 확대하도록 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적 의원 273명 중 찬성 272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여야 거의 모든 의원들이 찬성한 법안이었지만, '안티페미(反여성주의)' 정치인인 이준석 의원만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해당 법안은 최근 디지털 성범죄가 성인과 청소년을 가리지 않고 발생했지만 일반적인 수사 방법으로는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에 의해 마련됐다. 위장수사 기간은 최대 1년이며, 초기 수사 3개월 이후 경찰은 검찰을 통해 수사 기간 연장을 신청해야 하고 검찰이 이를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딥페이크 영상 유통을 방지하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재적 의원 281명 중 찬성 281명으로 가결됐다. 이 법안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영상 게시 중단 등을 명령할 수 있는 범위를 편집물·합성물·가공물·아동 및 청소년 성 착취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박정연 기자(daramji@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