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이번 순방에 동행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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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실효적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와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러시아와 외교적 노력’을 언급한 것은 지난달 18일 정부가 북한군 파병 사실을 확인한 뒤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15~16일)와 주요 20개국(G20, 18~19일)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스페인 국영 통신사 에페(EFE)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적 모험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동맹국 및 우호국과 공조해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포함한 실효적 상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도 필요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그간 북한군이 전투에 참여할 경우 “살상무기 지원 검토”, “방어무기 지원 고려” 등 단계적 조처를 밟아나가겠다고 한 것과는 다른 얘기다. 게다가 전날엔 미국 국무부와 한국 국가정보원이 북한군의 전투 참여를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변화는 ‘우크라이나 즉각 종전’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에 대비해 러시아와도 어느 정도 관계 관리·개선이 필요하다는 기류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 파병 등과 관련해 “러시아와는 계속 외교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2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의미 있는 대화의 진전은 어렵다”면서도 “대러 외교는 진행형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이후 대러 관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외교 영역이 커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과도 전략적 소통을 지속하면서 중국이 한반도와 인태(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러시아 모두에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12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아직까지는 잘 포착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은 중·북·러로 묶이는 것을 꺼리면서 거리를 두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서, 앞으로 몇달 동안 계속 중국의 입장을 우리 쪽으로 견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이번 아펙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는데, 회담이 성사되면 윤 대통령이 북·러 밀착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 역할론을 촉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조 바이든 정부가 퇴임 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늘리려고 할 수 있다는 점은 윤 대통령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15일(현지시각) 페루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 등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요구를 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정부는 트럼프 당선자 쪽의 입장 등을 살펴가며, 최대한 판단을 늦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무기 지원 여부 등을 논의할 우크라이나 특사의 방한 일정을 윤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이 끝나는 오는 21일 이후로 조율 중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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